람다의 Re:view #1: 우리의 일이 문서인가요?

얼마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인 센드버드(Sendbird)가 유니콘이 되었습니다. 유니콘이란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설립된 지 10년 이하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합니다. 한국에서 창업한 기업용(B2B)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중 최초입니다.

커뮤니케이션 기업이 이런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요즘 커뮤니케이션은 텍스트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단순한 채팅이 아닙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카카오톡을 보더라도 텍스트, 이모티콘, 사진과 영상, 음성과 영상 통화, 송금, 음악, 일정, 위치정보, 선물, 연락처, 파일 등 많은 것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메시징’은 사적인 대화에만 머무르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사무실에서도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유니콘이 된 센드버드의 소식은 커뮤니케이션, 메시징, 메신저, 채팅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또 그것이 기존 업무의 의사소통이나 과정, 결정 등 일 자체를 ‘파괴적으로 혁신’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키비스트 라운지 람다의 리뷰 첫 번째 글에서는 메시징을 넘어 협업 도구로 발전하고 있는 도구와 이를 둘러싼 우리의 일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일이란, 문서란 대체 무엇일까요?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문서를 만드는 일이 우리의 일일까요? 그 일은 무엇으로부터 출발하나요?

일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기획하고, 통계를 분석하여 보고하고, 그것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여 추진하는 등 선형적이거나 비선형적인 활동의 묶음입니다. 그리고 문서는 활동의 형태 중 하나입니다. 일은 문서에서 시작될까요? 아니면 문서에서 끝나는 걸까요?

이런 관점에서 업무용 메신저 시장의 부상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시장의 강자들인 슬랙(Slack), 팀즈(Teams), 센드버드 등은 우리의 일이 변화되는 방향을 감지하고 그것을 기능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도구들은 일이란 결국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흐름과 정리라고 정의합니다.

메신저의 대화가 업무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 메신저를 입체적으로 설계한다면 어떨까요? 상상을 해봅니다. 개별 기능이 레이어가 되고 메신저는 그 레이어를 품은 플랫폼이 되는 겁니다. 플랫폼 안의 레이어는 정보를 오가게 하고 중재합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문서는 메시징을 통해 오가는 정보의 정제된, 구조화된 데이터라는 결과물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A라는 사업의 계획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문서는 권한이 부여된 사람들이 공동 편집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아이디어의 초안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그것을 토론합니다.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의사결정자나 협조자를 @로 호출하고, 캘린더와 연결해서 언제까지 확인과 결정을 해달라고 합니다. 캘린더는 공동으로 관리되며 담당자 a, 협조자 b, 의사결정자 c의 캘린더에 자동으로 표기됩니다. 호명되는 사람에게는 알림이 갑니다. 알림은 할 일(to-do list 또는 task)과 연결되어 체크할 수 있습니다. ‘해결’된 태스크는 원래 요청했던 사람에게도 알립니다. 확인은 서로 필요한 거니까요. 파일(문서, 문서묶음, 사진, 영상 등)이 필요하다면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링크로 존재하는 파일의 주소를 복사해서 붙입니다. 파일의 대표 썸네일과 요약이 박스 안에 들어와 삽입됩니다. 전자문서를 ‘물리적’으로 첨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서편집기 우측의 대화창에서는 토론이 오가기도 합니다. 또 진행중, 중단, 완료 등의 상황이 표기됩니다. 문서는 자동으로 저장되고 1시간 전, 하루 전, 일주일 전으로 언제든 롤백이 가능합니다. 여기에는 등록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이것은 청사진 또는 상상일 수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 조직의 문화에 따라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은 이미 메모보고로 이런 기능의 아주 일부를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기능의 레이어와 객체화된 정보, 정보가 오가는 파이프라인의 설계입니다. 그것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되 연결될 수 있습니다. 메모와 보고, 토론은 우리의 ‘일’이 시작된 이래, 그리고 앞으로도 변화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그 일을 돕는 어떤 기능, 자동화된 워크플로우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란 자동화할 수 있는 것들을 효율화하면서 달성됩니다.

우리의 일은 문서 자체는 아닐겁니다. 아이디어와 생각이 오가고, 토론과 협의가 진행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문서입니다. 그리고 그 문서 안에는 낱알의 텍스트 뿐만 아니라 업무에서 만들어지는 온갖 디지털 콘텐츠를 넣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써왔던, 종이문서의 메타포를 흉내낸 평면의 디지털(이 형용모순이란!)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첨부파일이 없는, 문서 자체가 데이터의 집합이 되어 기록으로 관리되고 보존되는 미래를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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