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의 Re:view #1: 기록 이론으로 본 공간 기록화

아키비스트 라운지 리뷰팀의 첫 번째 객원필자(컨트리뷰터) 이대로님의 글을 싣습니다. 이대로님은 공간-장소의 기록화와 아카이빙에 관심을 갖고 꾸준한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Re:view를 통해 소개할 수 있어서 행운입니다. 이대로님의 글은 앞으로 비정기적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요즘 오래된 주택, 음식점, 작업장 등 다양한 공간을 기록하는 작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건축가나 작가들이 이런 작업을 하고 있죠. 기록학 전공자의 시선으로 이런 작업들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꼭 기록학 이론에 맞게 공간 기록작업들이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학적 관점이 공간기록작업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 같습니다. 연재를 시작합니다.

앞으로 몇 가지 기록학 이론(ex. 원질서 존중 원칙, 출처의 원칙 등)들을 중심으로 몇 차례 글을 기고해보려고 합니다. 학술적이고 논리적이기 보다 제 경험을 토대로 든 생각을 정리하는 정도의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글에서는 가장 많이 얘기되는 이론 중 하나인 ‘원질서 존중 원칙’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원칙은 어떻게 공간기록 작업에 적용될 수 있을까요. 우선 기록학 용어사전(2008)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존 기록을 정리할 때 기록 생산자가 구축한 기록의 조직 방식과 순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 기록을 원질서대로 유지하는 이유는 2가지이다. 첫째, 각종 관계 정보(기록과 기록 간의 관계, 기록과 업무 흐름 간의 관계 등)와 의미 있는 증거를 기록의 원질서로부터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록을 이용하는 데 기록 생산자가 만든 구조를 활용함으로써 보존 기록관이 새로운 접근 도구를 만드는 업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질서 존중의 원칙

‘기록 생산자가 구축한 기록의 조직 방식과 순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라는 문장을 살펴봅니다. ‘기록’은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것들(길, 건축물, 가구, 기계, 물건, 문서 등)이고 ‘기록 생산자’는 공간과 사물들을 만들어 온 지역의 주민들입니다. ‘조직 방식과 순서’는 그들이 생활해오며 공간을 사용하고 만들어온 방식과 순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공간기록작업에 있어서 지역주민들이 생활하면서 사용하고 만들어 온 공간과 사물의 구성 방식과 순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용어사전에서는 ‘기록과 기록 간의 관계’, ‘기록과 업무 흐름 간의 관계’를 언급합니다. 이 문장을 공간 및 사물 분야에 적용해보면 일터에서는 업무에 따라, 음식점은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주거단지는 생활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각 공간의 특성에 따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릅니다.

실제 공간 기록작업 사례를 보면, 불광대장간의 경우 작업동선에 맞게 기계와 도구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작업을 해나가며 각 기계를 거치는 일련의 순서가 있습니다. 청계천 일대의 시보리작업장의 경우에는 기술자가 작업하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규모있고 주요한 기계를 중심으로 그에 따른 기계부속품과 보조도구를 같이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고 나름의 계층을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불광 대장간의 작업동선 / 출처: 서울역사박물관(2021), 서울의 대장간, p.84.

<청계천 일대 시보리작업장의 기계/도구 분류체계> / 출처: 이대로(2018), 미발표자료.

오래된 작업장의 내부는 보유기계의 특성 및 규모, 기술자의 동선 등을 고려하여 수십차례 수정되어 최적화된 공간 배치를 보여줍니다. 청계천 일대 정밀작업장을 사례로 보면 작업장 내 이동을 고려하여 중앙부분에 최대 공간 폭을 확보하기 위해(A) 그에 맞춰 기계를 비틀어 배치하고 기계 배치 각도와 평행으로 작업대를 절단하기도 합니다(C). 기계의 움직임 반경이 최대치가 되었을 때, 벽 및 주변 기계와 정확하게 맞닿는(B) 최적의 효율적인 공간배치이죠.

<청계천 일대 정밀작업장 배치평면도> / 출처: 이대로(2018), 미발표자료

<절단작업장 기계 측면에 붙어있는 작업도면(좌)과 시보리작업장 벽면에 걸린 도구(우)> / 출처: 이대로

어떤 작업장 내부의 문서와 도구의 배치에서는 아직은 글로 풀어내기 어려운 나름의 질서가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기술자 마음대로 편하게 툭툭 놓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오랜시간 그의 작업을 관찰해보면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있는 듯하죠. 이러한 질서들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더 오랜시간 기록생산자(주민)와 관계맺고 기록의 조직방식과 순서(생활하고 일하는 방식과 순서)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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