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다의 Re:view #6: 새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공약 리뷰

작년 12월에 삼프로 TV 유튜브에 출연한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의 한 가지 공약이 한동안 화제였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구글(Google)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요. 구글의 서비스가 워낙 다양하여 윤후보가 의도했던 것이 당시에는 불분명했습니다만, 이후 공약위키로 확인된 이른바 ‘구글 정부’란 고도로 지능화된 디지털 정부였습니다. 21세기 한국에서 등장한 모든 대통령은 ‘작지만(작더라도) 강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약속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오늘 리뷰에서는 윤석열 공약위키 중 디지털 경제 비전 중 디지털 플랫폼 정부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봅니다.

디지털경제 비전 공약 의 부제는 “디지털지구 시대, 대한민국을 디지털경제 패권국가로 만들겠습니다.”입니다. 디지털경제 비전의 3대 목표 중 두 번째인 ‘전자정부 2라운드! 디지털 플랫폼 정부 수출’이 특히 기록관리/아카이브와 관련됩니다.

디지털경제 비전은 경제 패권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고,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수출하며, 경제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1)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고 2)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꾀하며 3)고도화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 4)디지털 융합산업을 지원 5)사이버 안전망을 구축 6)100만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실천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섯 가지 실천 전략은 정확히 구분되기 보다는 트렌디한 단어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경제 패권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주요 도구로 ‘디지털’과 ‘플랫폼’을 앞세우면서도 정부 정책의 기조는 “정부가 이런 것을 해주겠다”로 읽히는 것입니다. 공약에서 보이는 육성, 양성 등은 자생적 산업 생태계의 조성에 별 효과가 없습니다. 그것은 정부의 강박입니다. 민간의 기술 산업이 줄곧 정부 영역에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의 완화입니다.(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폐해 등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정부 스스로 해야 할 일의 규모와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죠. 제조업 중심의 20세기에는 ‘일꾼’을 양성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든 산업 영역에 배치하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21세기가 20년도 더 지난 지금의 경제는 그런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볼까요. 1)인공지능 산업 육성과 2)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공약도 위에서 본 기조와 닿아 있습니다. 먼저 인공지능 산업 육성에 포함된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어떨까요. 공약은 다소 과합니다. 임기 3년 내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완성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실천의 가능성을 차치하고라도 “플랫폼 정부를 완성하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영국은 플랫폼 정부의 수범사례로 꼽힙니다. 영국은 10년 전부터 GaaP(Government as a Platform : 플랫폼으로서의 정부)를 착실히 준비했습니다. GDS(Government Digital Service) 가 중심이 되어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를 착실히 구축하고 혁신했습니다. 최신 기술을 ‘적절한’ 수준에서 도입하고 성숙도에 따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며 정부 서비스를 진전시켰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첨단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적정 기술’입니다. 또한 기술의 도입, 서비스의 구축을 완료/완성으로 보지 않고 꾸준히 개선하는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애자일 접근법이었죠

영국의 정부 디지털 서비스(GDS) 로고

“정부가 집사처럼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의도와 방향은 맞습니다. 정부 부처가 하나로 연결되어, 정부 서비스의 어떤 지점에서 출발하더라도 연계된 서비스로 쉽게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다만 이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영국만 하더라도 10년 이상을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3년 안에 완성하겠다는 것은 자칫 조악한 조합이나 통폐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일은 사일로(silo)에 갖히기 쉽습니다. 사일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3년 안에 다 정리하겠다는 의지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처하고 조율/조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애자일 운영’이란 이런 것일 수 있겠죠. 잘 못하고 서투른 정부 조직/기능을 단죄하고 심판하여 정리하겠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겠지만, 정부 서비스는 고속도로와 같은 인프라입니다. 현 정부 임기 안에 끝을 보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10년, 30년을 전망하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인프라는 그렇게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일은 바라지 않습니다. 다시 짚자면 21세기입니다.

새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구축 실천을 위해서는 두 가지 관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행정을 데이터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데이터를 정부 밖의 영역에서 활용/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일입니다. 시스템을 잘 만들고, 홈페이지를 정비하는 것 이상의 일입니다. 인프라가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접근입니다.

먼저 행정의 데이터화는 전자 정부를 넘어 디지털 정부로의 진화입니다. 한국의 행정은 여전히 서식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아니라 문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공공기관 행정체계는 공공/정부 업무에서 만들어지는 온갖 데이터를 서식에 가두고 있습니다.

정부 데이터의 입출력 및 유통의 포맷과 형식을 표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기계가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것을 합의하고 조정하는 일은 지루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렵습니다. 이니셔티브를 쥔 거버넌스 기구가 만들어져야 하고,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전문가가 참여해야 합니다. 정부 업무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데이터 취합, 분석, 적용은 사람이 종이 대장과 장부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합니다. 그 일을 기계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도록 지시하는 일은 사람이 설계할 수 있습니다. 행정의 데이터화입니다. 제도를 정비하고 표준을 만들어 보급하되 꾸준히 돌보면서 규제와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수년 동안 주장하고 실천하는 ‘국회 고위 공직자 재산 내역 공개’가 좋은 예입니다. 여전히 정부는 관보에 PDF로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또 정부가 만든 데이터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쉽게 활용/재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돈을 스마트폰으로 이체할 수 있습니다(아시죠?) 그런 앱 중에서 토스(toss)는 ‘주민센터‘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정부24가 제공하는 전자민원증명서를 토스 주민센터도 서비스합니다. 정부24와 비교해보면 더 직관적이고 빠릅니다. 공공기관에는 개발자가 사실 없습니다. 디자이너도 없습니다. 공공기관의 디지털 시스템 설계, 구축, 유지보수는 모두 외주 용역에 의존합니다. 당연히 신속성과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쉽고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는 단연 민간의 기술 기업과 플랫폼 사업자들이 훨씬 잘 합니다. 압도적으로 우월합니다. 정부는 그들이 데이터를 재료 삼아 새로운 시장을 만들거나 개선할 수 있게 해주면 됩니다.

정부가 플랫폼이 되려면 기차길이라는 플랫폼 위를 달리는 기차의 화려함을 시샘하면 안됩니다. 플랫폼은 ‘위대한 이름없는 승리'(great unsung triumphs)입니다. 선로를 달리는 규격의 합일과 표준화가 정부의 일입니다. 당선인의 공약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구글 정부는…당선인이 생각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구상과는 다른 메타포입니다.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광고와 타겟 마케팅)과 유출 위험성, 첨단 기술 기반의 빅브러더(Big Brother) 출현 등 편리함의 이면에 폐해도 심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구글 정부론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김익현, 윤석열의 ‘구글 정부론’은 정말 위험하다.

*몇 가지 정보를 더 알려드립니다. 이미 잘 하고 있는 일들은 유지하며 발전시켜야 합니다. 당선인이 상상했던 ‘스마트폰 앱으로 구직을 하는 것’도 이미 하고 있는 일이니까요.

마이데이터 표준화 사업은 진행 중입니다.

전자 정부 수출도 이미 수년째 잘 되고 있습니다. <2020년 전자정부 수출실적 조사 결과>(행정안전부 국제디지털협력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대응만 해도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등 여러 부처와 지자체 직원들이 적시에 디지털 플랫폼 정부 사이트에 온라인 종합상황실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와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AI 시스템으로 취합 분석해, 지금보다 훨씬 과학적이고 신속하게 정교한 방역대책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됨” 네. 이 일을 청으로 승격된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권역별 질병대응센터,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의료 부서가 힘을 모아 지난 2년 넘게 대응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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