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International Council on Archives)에서 2022년 6월 5일부터 10일까지 제4회 International Archives Week(이하 IAW)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IAW의 주제는 #ArchivesAreYou로, 아키비스트 또는 레코드 매니저로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 아카이브 관련 기관, 퍼스널 아카이브에 관심있는 개인 등 다양한 주체들을 대화에 참여시키기 위한 ICA의 소셜캠페인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ArchivesAreYou를 검색하면 아카이브에 관해 전 세계 여러 사람들이 업로드한 포스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IAW 기간에 열리는 웨비나는 사전에 신청한 사람만 참석할 수 있지만, ICA는 각 웨비나의 개요와 영상을 정리하여 웹사이트에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올해 웨비나는 하루에 하나씩 총 4가지 섹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내용은 1) Let’s talk about Records, Archives, and Emerging Technologies!, 2) New Professionals: Who we are, what we do and how you can support us, 3) Live Q&A Session: What is the ICA New Professionals Programme?, 4) ICA Virtual Open House입니다. 오늘 차차의 뉴스레터에서는 올해 IAW에서 다룬 4가지 주제 중 1)을 중심으로 다루고 나머지 섹션은 간략하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첫째날 Let’s talk about Records, Archives, and Emerging Technologies! 세션에서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블록체인, NFT와 같은 기술들에 대해 설명하고, 이 기술들이 아카이브와 기록 전문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발표자 Muhammad abdul Mageed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에 관해 발표했는데요. 그는 기록 전문가가 인공지능, 머신러닝과 같은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얼만큼 상용화 되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오늘날 인류가 마주하는 가장 큰 문제들인 정보 오류, 기후 위기, 세계 갈등, 사회적 불평등을 아카이브에서도 관심을 갖고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토픽 모형(Topic modeling)을 통해 텍스트의 의미 구조를 발견할 수 있고, 텍스트 분류(Text Classification)로 텍스트가 어떤 종류의 범주에 속하는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법으로 문서의 어느 부분이 예민한지 또는 적절하지 않은지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부분을 삭제하거나 마스킹 처리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Muhammad는 이 기술들을 아카이브 영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의 기능들을 AI가 처리 가능한 태스크로 쪼개야 한다고 말합니다. 좋은 태스크는 명확하게 정의된 태스크이며, 단순한 작업에서 복잡한 작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두 번째 발표자 Hrvoje Stancic는 블록체인과 NFT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아카이브 업무와 이 기술들을 접목시켰습니다. 디지털 상에서 문서와 기록이 점점 더 증가하여 생산되고, 분석되고, 사용되는 오늘날 디지털 레코즈의 장기보존 문제는 우리가 맞닥뜨리는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에 기록이 갖고 있었던 진본성, 무결성, 신뢰성, 이용가능성 뿐만 아니라 부인 방지(non-repudiation), 보안성(security), 비밀 보호(confidentiality)가 새로운 속성으로 요구되기도 합니다. 이때 전자서명(e-signature)과 같은 형태로 문서와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지만 짧은 유효기간과 인증 폐기의 가능성 등 취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면 기록의 진실성과 투명성을 증명할 수 있고 심지어 API를 통해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NFT 또한 원본성이 강조되는 아카이브의 세계에서 디지털 객체에 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기록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도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은 블록체인 기술과 연결되는 지점입니다.
위에서 언급된 기술들은 복잡해 보이지만 몇 년 사이 우리의 일상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친근해졌습니다. 이 기술들이 아카이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계속해서 주목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이 기술을 아카이브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IT 전문가, 기술 전문가들과 책임과 소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처럼 단순한 문제에서 복잡한 고민으로 대화를 점차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아카이브를 둘러싼 고민들이 기술적 기반 위에 효율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기술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아카이브 바깥의 양상을 예민하게 살피고 접목시키는 것이야말로 (이어지는 주제와도 연결되는) 우리의 직업적 정체성을 명료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로마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ICA는 새로운 기록전문가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직장에서 역할이 무엇인지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New Professionals: Who we are, what we do and how you can support us 세션에서는 그로부터 6년 후 오늘날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기록 전문가의 역할과 범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 다양한 지역에서 온 전문가들이 자신이 일하는 기관과 주 업무가 무엇인지 소개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약 800명이 응답해 IAW에 대한 전 세계 기록 전문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ICA에서는 새로이 가입한 전문가들이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전문성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또한 응답이 들어오지 않은 몇몇 나라나 지역 등을 타겟으로 홍보를 강화해 더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ICA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할 것이라는 계획도 언급되었습니다.
또한 ICA의 뉴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Live Q&A Session – what is the ICA New Professionals Programme? 이 있었습니다. 아카이브의 뉴페이스가 국제 아카이브 커뮤니티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조성할 수 있도록 2014년 처음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16년 서울 총회 이후로 일한지 5년 이내의 지원자 중 해마다 6명을 선발하여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ICA Virtual Open House에서는 ICA 사무국 팀이 직접 전문 프로페셔널 프로그램과 ICA의 멤버십 혜택, 향후 출판물에 대한 최신 정보를 소개했습니다.
아카이브와 기록 전문직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늘 미완의 영역입니다. 이번 IAW를 뒤늦게 영상으로나마 확인하면서 다른 나라의 아카이브 종사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함께 나날이 발전하는 신기술을 이해하고 아카이브에 적용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충고는 기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던 저에게 경각심을 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ICA의 활동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현재의 위치에서 참여하고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봐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아카이브 공동체가 해를 거듭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면서 ICA의 활동도 다양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아카이브를 둘러싼 국제적 동향을 더 예민하게 지켜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