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기록관리, 기록관리 기관과 관련된 이슈가 언론에 많이 보도됩니다. 정치 쟁점으로 부각(?)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도 대통령기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통령기록 뿐만 아닙니다. 공공기록물관리 전반에도 많은 이슈가 있습니다. 최근 기록관리 학술 세미나에서는 마을기록, 민간(시민)기록 등 ‘공공기록관리’에 치우친 운동장을 바로잡자는 논의가 빈번하지만, 사실 우리 기록전문가들이 지금껏 공공기록관리에 대해 진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지, 그 연구와 실무의 성과를 통해 사회에서 전문가로 인정 받았는지는 따져볼 일입니다. 그렇기에 사회적 맥락에서 기록관리 이슈를 살펴보고 훈련된 전문가의 시각으로 돌아보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아폴로 11호가 주목한 기록관리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1. ‘서해 공무원 피격’ 관련 대통령 지정기록물 공개요청
- 첫 번째 이슈는 대통령기록물의 관리, 이관, 지정기록물의 보호, 국민의 알 권리 문제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사건 경과를 살펴보면,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남측 해역에서 실종되었고, 이후 북한측 해역에서 조선인민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이후 2021년 유족 측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해양경찰청, 국방부 장관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하였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습니다. 그러나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은 이 판결에 항소하였고, 이후 2022년 5월 관련 기록물을 지정기록물로 지정,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어 대통령지정기록물의 특성상 일반 공개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유족 측은 다시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고, 대통령기록관은 이에 부존재 결정하였습니다. 최근 유족 측은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와 별도로 유족은 지난 4월 “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판결한 정보까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한 대통령기록물법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 간단한 경과만 살펴보았지만 대통령기록관리, 국민의 알 권리, 정보공개 등 기록관리의 핵심 의제들이 이슈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록전문가들이 주목할 것은 일정기간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여, 대통령이 기록물을 폭넓게 생산하게 하는 핵심적인 대통령기록물생산 독려장치인 ‘대통령지정기록물제도’의 의의와 가치를 어떻게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 이슈를 중심으로 지정기록의 가치를 무시하고, 더 나아가서는 대통령기록관리법이 ‘진실을 은폐하는 악법’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겨우 4명의 대통령이 기록물을 법에 의해서 아카이브로 이관한 한국은 이제 막 대통령기록관리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지정기록물을 둘러싼 이런 논란이 자칫 이제 시작한 한국의 대통령기록관리를 뒷걸음질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 관련 언론 기사
2.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해 보고서 삭제’ 의혹 및 MIMS(군사정보통합체계) 삭제 관련 이슈
- 두 번째 이슈도 첫 번째 이슈와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지난 7월 7일 국가정보원은 박지원 전 원장을 직권남용 등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손상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국정원은 자체 조사 결과 박 전 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격’ 관련 기록의 삭제는 국방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과 별개로 사건 발생 당시 국방부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서 관련 기록을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군 내부에선 2020년 사건 발생 시 MIMS에서 수십 건의 기밀정보가 삭제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유족은 당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을 MIMS삭제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전자기록 등손상)등으로 고발한 바 있습니다.
- 이슈의 정치적 의미와 별개로 공공기록관리의 중요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먼저, 기록의 삭제에 대한 고발이 기록물관리법상 무단폐기(공공기록물법 제51조)가 아닌 형법상의 공용전자기록 손상죄(형법 제141조)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이 조항은 NLL 대화록 초안 삭제 재판에도 적용된 바 있으며, 지난 2021년 원전 관련 문서를 삭제한 혐의에도 적용되어 현재 공판이 진행중입니다. 이 문제는 필연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기록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막연하게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 등(‘공공기록물법 제2조)과 같이 기록을 정의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법원의 판단을 무조건 수용할 수도 없습니다. 기록전문가들이 각 사안에 대해 기록이 생산된 배경, 유통과정 등을 분석하고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 관련 언론 기사
3. NLL대화록 삭제 재판 7월28일 대법원 재상고심 선고
-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안을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7월 28일 두 번째 대법원 판단(재상고심)을 받습니다. 이 사안은 기록물의 법적 성립요건 등을 정의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두 번째 이슈에서 언급한 ‘문건 삭제를 둘러싼 이슈’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물론 NLL 초안 삭제는 참여정부 당시 이지원 시스템에 올라간 메모보고에 관한 판단이고, 지금 이슈가 되는 국정원 및 국방부의 기록 삭제는 아직 그것이 원본인지, 그것이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공문서인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록 삭제’라는 키워드 때문에 비교되고 있습니다.
- 이 재판이 마무리되면 처벌 대상이 되는 기록의 성립요건에 대한 중요한 판례가 완성되는 것이고, 그것은 지금 진행 중인 국정원 및 국방부의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기록관리전문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 중요 기록이 역사적 자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막는 가장 강력한 제도인 ‘처벌’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재판의 결과와 그 이유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 관련 언론 기사
4. 법무부 인사검증 위한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운영
-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당시, 기존 공직자 등에 대한 인사검증 기능을 담당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넘기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후 법무부는 대통령령인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등을 개정하여 6월 7일 인사검증조직인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고 업무를 개시하였습니다. 인사검증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정무직을 포함한 정부의 고위공무원, 각종 공공기관 임원, 대통령비서실 직원 등 정부를 구성하는 주요 인물들이 포함된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정부까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소속의 공직기강비서관실, 민정비서관실 등에서 각종 자료와 평판을 검증받아 공직에 진출하였습니다. 이러한 검증기능을 이제 대통령비서실이 아니라 정부기관인 법무부가 하게 된 것입니다.
- 인사검증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각종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많은 양의 ‘기록물’이 생산됩니다. 이 기록물은 기존까지 당연히 대통령비서실에서 생산된 기록물이므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됩니다. 또한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30년 동안 공개가 제한되는 지정기록물로 관리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법무부가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앞으로 이러한 인사검증 기록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 공공기록물로 생산 관리된다는 뜻입니다. 지정기록물 제도는 기록의 공개를 강력히 제한하여 기록물의 생산을 독려한다는 취지와 함께, 후임 정부 등 누구도 열람해서는 안될 민감한 기록을 보호하여, 그 기록물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인사검증 기록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국가 중요인물의 사생활이 모두 담겨 있는 인사검증 기록물이 검증의 목적을 넘어 사용된다면, 큰 사회적 파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다시 돌아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무부의 인사검증 기록은 ‘공공기록물’입니다. 공공기록물도 비공개, 비밀 등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지정제도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공공기록물은 대통령임기와 이관 시기가 일치하지 않으므로 다음 정부가 지난 정부 법무부의 인사검증 기록을 활용한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법무부의 인사검증 업무에 대한 찬반 논의와 별개로 기록관리 관점에서 이 문제를 깊이있게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관련 언론 기사
5. 윤석열 정부 ‘디지털 플랫폼 정부’ 추진 및 국가기록원 기록관리 법령 개선 추진TF 발족
- 윤석열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선정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데이터의 공유개방과 부처 간 협업 확대는 물론 행정 프로세스의 재설계까지 공언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공약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된다면 이는 공공기록관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합니다. 이것을 또 하나의 기회로 만들 것인지는 기록전문가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 기회를 만드는 시작은 디지털 시대의 기록관리와 동떨어져 있는 기록관리법령 등 제도를 정비하는 일입니다. 다행히 지난 7월 5일 국가기록원은 ‘기록관리 법령 개선 추진 TF’를 발족시킨 듯 합니다. (‘기록관리 법령 개선 추진 TF’ 구성.운영계획, 기록관리정책과-2726, 2022.7.5.) 비공개 문서라 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국가기록원이 법령의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별도의 조직까지 만들었다는 것에서 기대가 됩니다.
- 관련 언론 기사
6. 서울기록원 ‘행정국’에서 ‘디지털 정보화 전담 기구’로 업무 이관
- 서울시의회는 지난 7월 20일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처리해, 기존의 행정국 내 ‘정보공개·문서·공인·기록물’ 관련 사무를 삭제하고, 이 업무를 행정시스템 운영 기능 일원화를 위해 디지털·정보화 전담 기구(현 스마트도시정책관)로 이관하도록 개정하였습니다. 이 개정안에 따라 서울기록원은 행정국에서 스마트도시정책관으로 소속이 변경됩니다.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서울특별시장의 보좌기관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주요 업무는 빅데이터 관련 업무, 행정정보시스템 등 정보시스템의 관리, 각종 정보통신 정책 등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이미 대부분의 기록이 전자데이터의 형태로 생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이 데이터를 다루는 조직과 협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조직 이동이 반드시 효율적인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기록원 또한 데이터 등을 다루는 행정안전부 소속 기관이기는 하지만, 데이터 등을 다루는 부서와 밀접한 협업을 이뤄내고 있지는 못한 현실입니다. 서울기록원이 이번 조직개편을 좋은 기회로 활용하기를 기대합니다.
- 관련 자료
[…] 아폴로11호의 글 보러 가기 […]
Like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