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슈 아카이브 시론

가. 거인의 기억에서 난쟁이의 기억으로

곽건홍은 “현재의 공공 아카이브의 기록이 행정 행위의 결과를 반영하고 있을 뿐, 보통 사람들의 삶의 기록이 거의 없으며, 다양한 아카이브, 더 작은 아카이브로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보통의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아카이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1]”고 하였다.

거인의 기억은 엘리트, 큰 역사, 권력과 부유한 층의 기억이고, 난쟁이의 기억은 개인, 보통사람, 작은 역사, 무명의 기억.

이어 일상 아카이브즈는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미세한 영역으로 범주화하여, 개인의 행위와 관점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해석하고,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재구성하기 위해 개인의 일상적 삶을 기록화하는 것은 물론 인문학 관점에서 기록을 수집・평가・선별하여 보존하는 조직 또는 이를 위한 시설・장소”로 정의[2]하였다.

일상 아카이브즈로의 전환을 필두로 기록학계에는 다양한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와 아래로부터의 방향성을 제시하였고, 그동안의 결락되어온 관점들에 주목하였다.

과연 일상 아카이브즈는 ‘(현재의)보통의 시민들’의 삶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그릇인가.

 

나. 에마슈 아카이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제3인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제3인류>에는 ‘에마슈’라는 세 번째 인류가 등장한다.

  • 제1인류 <호모 기간테스>는 고대 문명의 찬란함, 영웅, 역사 속의 위대한 기억으로 문화유산기관이자 MLA[3], 라키비움[4]. — 거인의 기억이다.
  • 제2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보통 사람의 기억으로 일상, 일상 아카이브. — 난쟁이의 기억이다.
  • 제3인류 <호모 메타몰포시스>는 탈바꿈하는 인간으로, 초소형 인간 ‘에마슈(Micro-Humains)’의 기억이다.

소설에서는 가까운 미래의 황폐한 환경과 방사능 오염이라는 급격한 상황 변화에 대하여, (환경에 대한)저항력을 가지고 새롭게 태어난 개체로 묘사된다.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탈바꿈한 인류인 것이다.

First Party와 Second Party 그리고 Third Party

지그문트 바우만은 저작 ‘액체 근대’에서 근대의 개념이 고체에서 액체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5] 지속적인 변화 속에서 살아가기에 적합한 행동 양식과 삶의 기술을 습득하고 또 발명해야만 하는 즉, 액체의 ‘유동성’과 ‘액체성’으로 모든 견고한 고체들을 녹여버리는 근대의 징후 -불안정과 불확실성의 상태- 가 존재한다고 적었다. 근대의 액체성은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탈바꿈하기를 요구하는 조건이자 에마슈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에마슈는 거인과 난쟁이의 수직적인 이분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새롭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태어난 수평적인 관점으로 존재한다. 인터넷과 IT,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제4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기술적 아젠다 속에서 태어난 에마슈의 기록들이 바로 그 증거이다. 다채로운 이용자와 주문(needs)이 존재하며, 다양한 양태의 아카이브즈로 구현되고 있다.

또한 이 에마슈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기록 정보로부터 새롭게 재생산되고, 소비되는 콘텐츠로서의 기록이라는 특질을 지닌다. 즉, First Party와 Second Party 사이에 수많은 Third Party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아카이브즈로 볼 수 있다.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에서 이러한 Third Party의 배경들을 찾아볼 수 있다.

  • 취향공동체(Society of the Like-minded, 2016) : 근래의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취향을 추구하고, 모이고, 흩어지며, 관심사에 따라 소비하는 특징이 있다. … 공급자(브랜드)가 생산하면 소비자가 그 중에 골라 구매하는 방식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나만을 위한, 소수만 알아 볼 수 있는 희귀한 명품이 새로운 과시(소비)의 대상으로 자리바꿈 하고 있다.[6]
  • 컨슈머토피아(Consumertopia, 2017) : 소비자가 만들어가는 수요 중심의 시장으로 소비자에게 시장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 … 다양한 취향에 대한 세분화로 소비자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며, 수요를 실시간으로 즉각 반영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일대일 맞춤형 플랫폼의 매커니즘이다.[7]

에마슈 아카이브의 특징과 사례

에마슈 아카이브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등 다양하고 급격한 환경 속에서 나타난 ‘재생산되고 소비하는 콘텐츠’로서의 아카이브이며, 거인과 난쟁이의 수직적 사고에서 벗어난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로 묶인 맞춤형 아카이브로 볼 수 있다.

_다양한 에마슈 아카이브

  • 위키피디아 : ‘We are smarter than me’.
    – 집단 지성을 이용한 기록의 향연. 보통 사람들의 인식(집단지성)은 맥락이자 역사.
  • 저널리즘: ‘Diurnal’(매일매일 기록한다)
    – 신속한 팩트의 전달(News)에서 과거의 재구성을 통해 소비되는 콘텐츠(Olds)를 제공
    – 맥락적 저널리즘(Contextualized Journalism) : 전통적인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네트워크 기술과 하이퍼텍스트 특성을 상호 결합한 정보 네트워크 관점. 객체지향적인 멀티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객체로 표현 — 각각의 정보 요소들을 독립적으로 (재)구성해서 상호작용화
    . 허핑턴포스트의 스플래시(Splash) : “매체의 정체성, 매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다.”(허핑턴포스트 편집장, 김도훈)
    . NYT ‘Snowfall’ – 디지털 스토리텔링, 스크롤리텔링(Scrollitelling). 객관적인 사실 보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재구성을 통한 맥락화를 시도
    | People no longer read the NYT online. They Watch it. (Jill Abramson)
    | Snow Fall has actually become a Verb. (Jill Abramson)
    . JTBC NewsRoom ‘내일’, ‘오늘’
    | 사진, 발언 등 키워드 별로 역사 속 ‘오늘’의 의미를 짚어드립니다(손석희)
    –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 빅데이터를 수집, 정리, 분석해서 이를 시각화하고, 스토리화로 저널리즘을 실현. 공개되거나 가공된 데이터를 저널리즘에 접목시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소비하게 함. 때론 데이터를 해석하지 못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는 독자에게 공유하고 참여를 권유・소비하게 하는 특징이 있음
    . 뉴스타파 ‘데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 메르스 환자 관련 지도, 한국 원전은 지진에서 안전할까,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등
  • 취향(관심사, 해시태그)의 기록 : 필리버스터, 세월호 .. 등 각종 키워드(주제)에 대한 기록을 수집하고, 공유하여 콘텐츠로 소비
  • 구글
    – Doodle : 구글의 레리와 세르게이, 우리나라의 데니스 황의 ‘끄적거림’에서 탄생했으며,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인 로고가 단순 로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변형하고 이미지화함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
    . 2014년 기준 약 2,000여개 제작하였고, 두들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 – 아이디어 취합부터 완성까지 – 을 기록화하여 제공
    . 단순 로고에서 경험하고, 기억하며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로 서비스
    – 맵(구글 스트리트) : 단순한 맵 뷰를 떠나 지리 정보에 대한 각종 콘텐츠(유적 탐사, 해설, 달구경 등) 제공
  • 인게임 : 게임과 같은 뉴미디어 관련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콘텐츠로 소비
    – 각종 인게임 기록 정보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서비스 – op.gg, overlog.gg
  • 가상현실 : 가상 현실이라는 기술적 인프라를 활용하여 기록 정보를 소비

에마슈 아카이브는 이용자가 자기 자신도 모르게 기록을 향유하여 이용하고, 참여하며, 재생산 할 수 있는 행태를 끌어내고 있으나, 아직 기록학적으로 조명받고 있지 않고 있다.

 

다. 斷想,

쌓기 오류 _ Stack Fallacy (Anshu Sharma)

현재의 기록학은 거인과 난쟁이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로 존재하고 있다. 일상 아카이브의 전제 중 하나인 ‘더 작은 아카이브’ 는 위와 아래라는 수직적 구도에서 벗어나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고객인 이용자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단순히 기록이 필요할 때 기록관에 방문할 것이라는 막연하고 소극적인 기대로 저장소(silo)에 쌓기만 하는 전통적인 기록학의 접근 방법을 고수하기 보다는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서 이용자의 정보 욕구가 어떻게 생겨나고 해소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양태가 어떻게 진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공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기록 정보를 찾기 전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굳이 기록관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래의 기록관리라는 상상에 ‘무조건적으로 기록물을 수집하여 축적하는 세이렌 서버(권력형 슈퍼 서버)’[8]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쌓은 블럭들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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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곽건홍, 2011, 일상 아카이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소론, 기록학 연구(29):6
[2] 곽건홍, 2011, 일상 아카이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소론, 기록학 연구(29):9
[3] Museum, Library, Archives
[4] Larchiveum(L + Archiv + eum): 문화유산기관간의 협력과 융합이라는 관점에서의 종합적 수집기관. Megan Winget, 2008, “LJ Talks to Megan Winget,Who Studies Preservation of Online Games”
[5] 지그문트 바우만, 2009, 액체근대
[6] 김난도 외, 2016, 트렌드 코리아 2016
[7] 김난도 외, 2017, 트렌드 코리아 2017
[8] 재런 러니어, 2014,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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