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가 말하는 아키비스트 인터뷰시리즈-6
요즘 ‘아카이브’라는 말이 유행인가 싶을만큼 널리 쓰입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공공 영역 기록관리기관 중에서는 ‘아카이브’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기관이 손에 꼽힙니다. ‘시작하는 아카이브’인 서울기록원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일하고 있을까요?
여기, 서울기록원에서 아카이브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법에 근거하지만 의존하지 않고 그 틀을 넘어서 상상하는 사람. 다양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원종관 서울기록원 보존서비스과장을 만나보았습니다.
- 서면인터뷰로 진행하였습니다. (황진현, 류신애 정리)
- 답변 내용은 최종 회신일인 2018년 11월 1일 현재를 기준으로 합니다.
본인과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평소 스타일이 매우 깔끔하다. 얼리어답터 느낌도 있고.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와 그 이유는? (패션, 문구, 전자기기 등 다 포함해서)
패션, 문구, 전자기기 등을 모두 포함해서 다룰 수 있는 브랜드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아니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여러분의 예상대로)Muji를 좋아한다. 기본을 잘 하는 브랜드이다. ‘이 정도로 충분하다’라는 철학에 매우 공감한다. 과장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본질에 집중한다. 일관된 철학을 갖고 수천개에 달하는 생활용품을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대단하고, 각각이 고유하되 일부 제품은 모듈로 조립되어 기능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철학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좋은 브랜드는 고객에게 믿음을 준다. 그 믿음은 품질과 가격의 균형일텐데 Muji는 그 점에서 정교하다. 한편 제품도 좋아하지만 그들의 전략을 보는게 더 흥미롭다. 잘 안보이지만 꾸준히 사다보면 보인다.
특히 Found Muji를 좋아한다. 세계 곳곳에서 찾아낸 오래된 물건을 조사, 연구하고 오늘의 맥락에서 제품으로 다시 개발하는 프로젝트이다. 아카이브와 닮았다. 한국에도 얼마전에 생겼다. Found Muji는 일본 여행을 가면 꼭 취재(?!)하는 곳이다.
꾸준히 오래하면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 기획도 그랬으면 좋겠다.
위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지금 가방에 들어있는 물건은 무엇인가?
좋은 물건을 사서 잃어버리지 않고 오래 사용한다. 클린칸틴 스테인리스 텀블러, 아이팟 클래식, 만년필, 연필, 노트, 라미 피코 볼펜, 주머니칼, 시사주간지, 안경, 에어팟, 손수건 등.
2018년 10월 20일, 서울기록원 세션을 위해 기록인대회에 온 그의 가방과 가방 속 물건들.
‘메모광’ 으로 알고 있다. 전자기기를 잘 활용할 것 같은데, 항상 종이와 펜을 이용해 메모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문구 욕심?)
모바일 디바이스는 주로 읽거나 업무 용도로 쓴다. 거의 종이와 펜에 메모한다. 막 낙서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연필을 뾰족하게 깎아서 뭉툭해질 때까지 노트를 까맣게 칠하기도 하고(좀 정신나간 것처럼…) 무엇보다 노트에 메모하면 생각이 자유로워진다.
보통 한 번에 5권 이상의 노트를 동시에 쓴다. 휴대용부터 사업별 노트, 낙서장 등. 일년에 5권 이상의 노트를 쓴다. 다만 체계적으로 쓰지 않는다. 때로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쓰고, 거꾸로 쓰기도 한다. 그리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노트를 읽는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일주일 동안 메모한 것을 다시 정리하면서 완료된 것은 지워버리고, 다시 볼 것을 새롭게 옮겨적거나 보완한다. 계속 쓰고, 계속 읽고, 지우고 또 쓰고…
문구 욕심은 사실 많지 않다(그런가? ㅎㅎ).
기록을 전공하고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족의 기록은 어떻게 만들고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록일’은 먹고 살기 위한 것이고, 가족의 기록을 특별히 정성껏 관리하고 있지는 못하다. 사실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 점에서는 게으르다.
평범하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기도 하고. 본인의 가치관이나 미래를 바꿔놓을 만한 중요한 사건이나 기억이 있는지 궁금하다.
학생회장은 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했다. 학과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고, 도서관에서 역사책과 사회책을 재밌게 읽다가 학생회 생활 좀 해보고, 대학원으로 도망쳤다. 대학 1학년 때 서승, 서준식, 김동춘, 박명림, 이삼성의 책을 읽은 게 가치관에 영향을 줬다.
기록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석사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었나. 모범적인 영어학과 학생이 총학생회장이 되었던 과정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모범적이지 않았고 늘 겉돌았다. 대학 1~2학년에는 학과 공부가 너무 싫어서 도서관에서 놀면서 살았다. 박명림의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엮은 «한국 전쟁의 발발과 기원»을 군입대 전 읽었고, 그 책에서 RG(Record Group)을 처음 알게 됐다. 세상에 기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기록학 대학원 진학은 도피였는데 뒤돌아보면 잘 도망쳤다.
석사 과정에서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아니 대학원 열람실에서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앉아 있었다고 말하는게 맞겠다. 도망치듯 선택한 공부인데 해보니 너무 재밌었다. 그런데 다시 하라면 못하겠다. 2년 동안 그렇게 살아서 사실 졸업 후에 무슨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인터뷰어가 좀 실망할 것 같다.
새로운 아키텍처에 배팅하고 싶었다. 이걸 만들면 되겠다 싶은 믿음이 있었고, 이건 안되겠다 싶은 의심을 함께 했다.
기록 대학원을 다니던 중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위 논문 쓰고 나서는 캡틴이 입사를 권유했고, 운이 좋아 졸업 전에 일을 시작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부모님 집을 나와 친구와 후배 집을 전전했고, 학자금 대출 빚도 많아서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좀 놀고 싶었는데…멋있는 계기나 사명감 같은게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게 없다. 참, 이 지면을 빌어 오랫동안 인사드리지 못했던 캡틴에게 새삼 존경과 감사와 미안함의 마음을 함께 전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로 했던 일?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2011년 오픈 아카이브를 만들때 고민을 많이 했다. 새로운 아키텍처에 배팅하고 싶었다. 이걸 만들면 되겠다 싶은 믿음이 있었고, 이건 안되겠다 싶은 의심을 함께 했다. 둘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게 어려웠지만 나름 성과가 있었다. 2015년 리뉴얼 프로젝트를 할 때는 사료관(아카이브)의 일을 단순히 기록정보관리, 사업관리가 아니라 ‘읽기와 쓰기’로 다시 정의해보고 싶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에 애정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8년간 일한 직장을 그만 두고 서울시 계약직을 택할 때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 고민이라든지.
서울시 계약직이라니, 그런 표현은 유감스럽다. 계약직이나 정규직이 기준은 아니었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다. 다만 인접 분야여야 했고, 그동안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을 적용해보고 싶었다. 이직에 특별한 고민은 없었다. 이 일(업)을 계속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봉급을 주는 사람이 달라졌을 뿐이다.
아카이브의 일은 어질어질할 정도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협업이 꼭 필요하다. 이 협업은 단순히 이슈를 공유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같이 일하는 것’이다.
처음 서울시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부터 궁금했다. 공무원이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인데 공무원으로 일하는 느낌은 어떤가. 장점과 단점을 말해준다면?
예산을 공공의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쓰는 일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아카이브는 결국 공공성을 가진 조직이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공공기관이든 재단이든. 공무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공무원을 하되 책상 앞에 앉아있지 말고 현장에서 답을 찾자고 생각했다. 그런 공무원도 필요하지 않을까. 다행히 좋은 상사를 만나 공무원이되 공무원스럽지 않게 일하고 있다.
장점: 서울시의 경우지만,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행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늘 감사한다. 완고한 관료제와 ‘서울기록원’이라는 새로운 조직 사이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 나름 재밌다.
단점: 의사결정이 느린 편이고 공유보다는 보고 중심인 것은 단점이긴 하다. 서울기록원은 내부적으로 이것을 바꾸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 생각만큼은 잘 안된다. 기관장과 직원 사이에서 내가 더 노력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서울시를 거쳐 서울기록원 개관 멤버가 되었다. 현재 기록원 건립 진행 상황과 이슈는?
건축은 준공이 코 앞이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작년에 이어 로드맵에 따라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관 전시가 좀 어렵긴 하지만 담당 학예연구사와 기획팀, 콘텐츠팀, 작가팀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제대로 된’ 아카이브 전시를 만들고 있다. <서울 기록화> 프로젝트는 3년 째 추진하고 있는데 연구, 기록, 예술 등 여러 분야의 파트너와 함께 일했던 것이 큰 경험이 됐다. 그 밖에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백엔드’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거나 추진중이다. 내가 하는 일은 사실 별로 없다. 유능한 담당자들 덕분이다.
개관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야근이나 주말근무가 불가피할 때가 많을 것 같다. 물론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관리자로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팀원들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직원들은 야근을 하는 편이고 나는 되도록 하지 않는다. 아직은 개관 전이라 일은 감당할 만하다. 개관하면 바빠질 것이다. 그 때를 대비해서 체력을 아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부서에서는 행정 경험이 많은 Y님의 도움을 받고 있다. 개관 준비를 하면서 건축을 포함한 현장의 일이 많은 편이다. 서울기록원의 정책이나 사업을 설명하거나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출장도 잦다. 그 때마다 사무실 안에서의 살림을 잘 챙겨주신다. 겸연쩍어서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곧 용기를 내려고 한다.
서울기록원이 (아직 개원하지 않았지만)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일반적인 지방기록물관리기관과 다른 ‘한 끗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카이브의 일이야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일하는 태도와 관점, 접근방식을 다르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왔던 일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거나 비틀어보기도 하고 뜻밖의 사람에게 얻는 아이디어와 영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개인적으로는 무엇을 할까, 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까를 늘 고민한다.
기록, 학예, 전산, 행정, 공업 등 각 분야의 직원이 목표에 합의하고 즐겁게 협력하면 좋겠다(는 바람). 아카이브의 일은 어질어질할 정도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협업이 꼭 필요하다. 이 협업은 단순히 이슈를 공유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같이 일하는 것’이다.
본인은 기록학을 전공했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는 기록을 전공하지 않고도 기록 일(‘기록’을 주제로 하는 전시 업무, 기록관리 업무)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카이브의 기록 서비스가 박물관과 미술관의 기록 전시/서비스와는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까?
차별화가 꼭 필요할까.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메신저 앱 만들던 회사가 어느날 택시 서비스도 만들고, 은행도 만드는 시대에 섞이는 현상은 자연스러워보인다. 기회이기도 위협이기도 할 것 같다. 다만 나는 뮤지엄(박물관, 미술관)에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 그런데 한편 뮤지엄 분야는 아카이브의 ‘체계 건설의 노력’에서 배우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겸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아카이브는 인프라 비즈니스이다. 뮤지엄 또는 연구자들이 기록을 잘 쓸 수 있게 정성껏 정리해놔야 한다. 물론 그 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성과가 근사하지도 않겠지만.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접 분야의 비즈니스가 서로를 삼투하는 현상은 계속될거라 생각한다.
본인 블로그에서 “아카이브가 고속도로나 상하수도를 만드는 일과 비슷한 인프라 비즈니스”라고 했는데, 준비 단계인 서울기록원만큼 그 인프라를 마음껏 깔 수 있는 기관은 없을 것 같다. 서울기록원의 정책 방향은 어떤가
내가 생각하는 서울기록원의 사명이라면 공공기관의 허용 범위 안에서 저지른다, 이다.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고 공공의 한계 안에서 나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서울기록원은 공공 아카이브로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다른 기관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일종의 랩이라고도 생각한다. 저질러서 증명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시행 착오도 겪으면서 다른 기관에 보여주는 일, 이런 길도 있으니 다같이 해보자는 것을 내 나름의 정책 방향이라 생각한다.
raw-data를 충실히 구현하고 목록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카이브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꽤 오래 기록서비스에 대해 고민한 결과는 ‘싱거운 아카이브’가 좋은 아카이브라는 것이다. 잘 만든 목록이야말로 아카이브의 ‘킬러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서울기록원은 다른 기관에 비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법에 없는 내용인데’, ‘그동안 우리가 하던 방법이나 원칙과 어긋나는데’, 하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이런 반응에 대해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다 .
사실 잘 뜯어보면 새로운 시도도 아니다. 공공기관이 무슨 대단한 혁신을 하겠는가. 더 과감하게 해보고 싶지만 공공이라는 현실의 한계는 여기까지이다. 예산도, 사람도, 조직도. 늘 절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기록원의 ‘알량한’ 사명감이라면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이다. 법의 한계, 현실의 제약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국외 출장가서 부러워했던 그 아카이브의 일부를 우리는 만들고 있다. 이제 시작했다. 우려에 대해서는. 소설가 박민규의 표현을 빌자면, 감사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우리는 우리 일을 열심히 하겠다.
오랜 시간동안 기록공동체는 기록의 ‘관리’ 방법에 집중했다. 기록의 내용을 분석해 본 경험도,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적극 서비스해 본 경험도 부족하다. 서울기록원의 정책적 방향이 아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기록과 기록의 서비스에 대해 듣고 싶다.
서울기록원은 카탈로그를 준비하고 있다. 기록을 읽고 묶고 연결해서 세상으로 내놓는 일이다. 그 일을 시작하면 우리는 비로소 기록 ‘연구직’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한편 나는 기록’서비스’의 이름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다시 생각했으면 한다. raw-data를 충실히 구현하고 목록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카이브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꽤 오래 기록서비스에 대해 고민한 결과는 ‘싱거운 아카이브’가 좋은 아카이브라는 것이다. 잘 만든 목록이야말로 아카이브의 ‘킬러 콘텐츠’라 생각한다.
아이디어가 정말 많다. 그 수많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나. 그리고 그걸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찾는지 궁금하다.
새롭고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내고 싶지만 사실 그렇지 못하다. 많이 읽고, 정리하고 또 거의 다 버린다. 번뜩이는 게 많으면 좋겠다.
동시에 여러 분야의 일을 함께 한다. 그것들이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 전혀 엉뚱한 지점에서. 예를 들면 시사주간지나 매거진을 읽으며 다시 읽을만 한 기사를 오려서 출퇴근길에 다시 읽거나 정리한다. 주간지는 일종의 큐레이팅 결과물이고 나는 그것을 다시 큐레이팅하는 셈이다.
잡지를 아주 좋아한다. 건축, 예술, 디자인, 패션까지 잡지라면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다. 종종 동네 서점에 들러 에스콰이어, GQ, 엘르, 요즘 유행하는 독립 잡지나 라이프스타일 잡지 등도 본다. 많은 비즈니스들이 통합되거나 새롭게 연결되는 모습이 재밌고 거기에서 힌트를 많이 얻는다. 다 읽지는 않고 아이디어를 계속 발굴한다. 물론 대부분 버린다.
결국 실행이 문제인데, 일단 저질러본다. 혼날 것을 각오하고 거친 결과물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본다. 계속 할건지는 그 다음에 결정한다.
서울기록원이 기록학 전공자들과 실무자들이 도움을 많이 요청하는 1순위 기관일거다. 대부분 최대한 도와주겠지만 ‘이런 연락은 사양한다’ 라는게 있다면? 그리고 기억에 남는 요청이 있다면?
구체적인 질문이면 좋다. 그래서 미팅 전에 꼭 사전 질문을 달라고 한다. 주고 받을 것이 명확하면 더 많이 주고 받을 수 있다. 개관하고 내년 말에 발행할 서울기록원 백서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 관련 온사이트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지방 기록관 또는 아카이브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과 우리의 실패와 시행착오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 그러다보면 우리 스스로도 정리가 될 것 같다.
아직까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요청은 없다. 내년에 개관하면 많이 찾아올 것이라 예상하고 각오하고 있다.
몇 달 전부터 관리자로서 서울시 보존서비스과를 이끌고 있다. 현재 제도 상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본인이 직접 같이 일할 팀원을 뽑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싶은가?
나는 한 사람의 역량을 100이라고 한다면, 경험과 지식을 20, 태도를 80이라고 생각한다. ‘오답’을 찾아가는, 해결하려는 의지를 본다. ‘절박한 오류’를 풀기 위해 문제에 맞서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법에 근거하는 것과 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다르다. 다른 법과 마찬가지로 ‘기록법’에는 한계가 많다. 법을 넘는 상상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상상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다들 조금씩 느끼겠지만 ‘아카이브’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보게된다. 아카이브를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일에 ‘우리’가 얼마나 기여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이 업계는 커지고 있다. 이것은 기회일까, 위협일까.
마무리 질문이다. 아키비스트라는 직업의 매력은 어디에 있나고 생각하나?
(실망스러운 답일수도 있겠는데…) 이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특별히 매력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문 직업인으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아키비스트로서 본인의 핵심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키비스트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차마 스스로 “나 아키비스트요”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기록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정해진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한 편으로 공공의 예산을 활용해 사회의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후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공공의 자원을 잘 쓰는 일은 흥미롭다.
기록학계 2세대로서 기록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충실한 직장인이 되자. 난 기록관리가 거창한 사명을 가진 업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난 우리의 일이 법에 근거하지만, 간혹 우리가 마치 법집행자처럼 행동할때 좀 답답하기도 하다. 행정과 법은 좀 다르지 않나. 행정은 법 집행과 같은 말이 아니다. 법은 오류를 줄이는 기준이고,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설계의 결과물이지 도그마로 작동하면 안된다. 법이 도그마가 되면 전문직은 행위를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 아닌가. 법에 근거하는 것과 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다르다. 다른 법과 마찬가지로 ‘기록법’에는 한계가 많다. 법을 넘는 상상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상상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기록학계 밖에서 기웃거리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응용 학문이라 다양한 전공을 연결할 수 있다. 아직 많은 것이 기록학/업과 만나지 못했다. 할 일이 많다. 그리고 다들 조금씩 느끼겠지만 ‘아카이브’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보게된다. 아카이브를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일에 ‘우리’가 얼마나 기여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이 업계는 커지고 있다. 이것은 기회일까, 위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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