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가 말하는 아키비스트 인터뷰시리즈-14
Just Do It!
무엇인가에 흥미를 가지거나 도전하고 싶다가도 멈칫 하는 순간, 이 슬로건이 떠오릅니다. 나이가 들수록 ‘멈칫’의 빈도는 점점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늙어서 그래’라고 장난처럼 얘기하기도 하지만, 점점 도전에 대한 기회비용, 실패했을 때 느낄 좌절감, 주위의 시선 등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일단 해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분을 만나보았습니다. 석사 졸업 예정자로 이제 막 기록전문가로서 한 발을 내딛는 박고은 선생님입니다. 인터뷰이의 즐거운 도전 정신에서 아키비스트라운지가 느낀 에너지가 이 인터뷰를 통해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박고은 선생님의 앞날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 일시 : 2019. 7. 3. (수) 17:30-18:30
- 장소 : 카페 할리스 충북오송점
- 인터뷰 : 황진현
- 정리 : 류신애, 황진현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학부에서는 문헌정보학(전공)과 사학(부전공)을,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기록관리학을 전공하고 이번에 졸업하는 박고은이다. 동기들보다는 졸업이 한 학기 늦었는데, 학부 때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휴학 없이 졸업했던 것이 아쉬워서 석사 과정 중에는 한 학기 휴학을 하고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 공부를 했다.
평소 성격은 어떠한가?
사실 나 자신에게 큰 관심이 없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너무 민망하지만) 활발하고, 눈치 있게 행동하고, 사람을 좋아하는데 낯을 잘 가린다고 얘기하더라. 일을 할 때에는 본인 방향이 분명하고, 습득이 빠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본인의 방향이 분명하다는 것은 평소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나는 거절을 잘 못한다. 그래서 어떤 일에 대해 제안이 오면 ‘해보지 뭐’ 하고 시작한다.
그래서 당차보이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그럼 최근 즐겨하는 활동이나 취미가 있나?
요즘 취미는 주짓수다. 이것 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전에는 실내 클라이밍, 수영, 복싱, 요가 등도 조금씩 했었다. 주짓수는 재미가 있어 6개월째 하고 있다. 액티브한 활동을 좋아한다.
지금 가장 소중한 세 가지가 있다면?
가족, 친구, 여행.
가족은, 독립한 지 7년차이고 부모님이 계신 곳에 자주 내려가지 못해서다. 멀리 있으니 더 애틋해진다. 친구는 힘들면 얘기하면서 푸는 스타일이기 때문이고. 여행은 스트레스도 해소도 되고, 여행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야하니 뿌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크로아티아 여행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람들도 친절했고, 음식도 맛있고, 볼만한 박물관들도 많았다.
얼마 전 석사논문을 마무리했다. 졸업식을 앞두고 지금이 가장 시원(?)한 마음일 것 같은데, 요즘은 무얼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
어제 논문 제본을 끝냈다. 그리고 아키-위키(이름은 어제(7월 2일) 만들었다)라는 스터디 활동을 하고 있다. 김신석(2019.4 인터뷰), 김지아, 김재원, 장대환 선생님과 함께하는 자발적인 모임이다. 기록학계 정보나 이슈 등을 모아서 위키처럼 정보를 공유하는 페이지를 만드는 작업들을 한다. 비용이나 인력이 부족한 공동체를 위한 매뉴얼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올해 기록인대회에 맞춰서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주 일요일에 몽골에 갈 예정이다.

갓 제본을 맡긴 석사학위논문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부탁한다.
노동조합 기록 생산단계 매뉴얼 구축 방안인데,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의 사례를 중심으로 두고 썼다.
노동조합에서 생산되는 기록들이 생산 시점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되었으면 해서 주제를 정하게 되었다. 매뉴얼 구축 방안이 논문이다 보니 그 자체가 아니라 매뉴얼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내용이 중심이 된다. 경남지역본부 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학부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기록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말하기 민망하지만.. 사실 문헌정보학은 기록학을 공부하려고 진학했다.
2007-2008년 중학생 때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문헌정보학과에 관심을 가졌고, 역사에도 흥미가 있어서 사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둘 다를 살릴 수 있는 직업이 있을까 해서 직업분류표를 보다가 기록연구사라는 직업을 발견하고 ‘그럼 나는 기록연구사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하고 나서 학부 교수님이셨던 이소연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선생님이 대학원 진학 전 실무경험을 해보는게 좋겠다는 조언을 주셔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인턴을 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직접 연락해서 여름 방학에 일할 수 있을지를 여쭤봤고, 2015년과 2016년 여름방학에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때 원종관선생님(2018.11 인터뷰)이 사료관에서 근무하고 계실 때여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본인이 처음 생각했던 기록전문가의 이미지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처음 기록연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을 때 보다 인턴할 때 기록전문가에 대한 이미지가 생겼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이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하고, 인턴을 하던 2015년이 오픈아카이브를 준비중이던 시기여서 특히 그랬는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양한 일을 해야 하는 업종, 전문적이고 똑똑한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록관리를 한다고 하니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기록관리라는 학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설명을 해주어야 했을텐데.
친구들은 관심이 없었다. (웃음) 대학 다닐 때 친구들에게 ‘나는 기록관리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도 ‘아, 그래’ 정도였지 특별하게 반응하지 않더라. 오히려 대학원에 진학하고 난 후에 관심을 보였다.
‘기록이 뭐야?’라고 질문을 하는데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아직 직장에 다니지 않거나, 사무직렬에만 있는 것도 아니니 개론 때 배웠던 ‘업무수행 중에 생산되는..’ 이런 정의도 설명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박근혜 캐비닛 문서,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정 기록물 지정 문제, 수자원 공사 4대강 기록 등 이슈들을 예를 들어서 설명했다. 하지만 그게 기록의 전부가 아니고, 민간영역에는 더 다양한 기록들이 있는데 쉽게 설명해 주지 못해 아쉽다.
기록전문가의 자격요건을 갖추는 데에는 교육원, 대학원 두 가지의 길이 있다. 교육원 대신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차피 공부를 할거라면 석사학위를 가지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교육원은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이 생기는데 사실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할 자신이 없기도 했다.
독일 유학을 고민했다고 했는데 왜 한국으로 돌아왔는지도 궁금하다.
독일 유학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공부를 할거라면 해외에서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고, 이소연선생님은 미국을 추천하셨다. 그런데 학비가 부담되기도 하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이기도 해서 다른 나라를 찾아보았다.
다른 곳을 생각하다가 독일이라는 나라와 언어도 좋고 학비도 적어서 긍정적으로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6개월동안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를 배우는 동안 비엔나 대학교에 원서를 넣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가 너무 늦게 나오기도 했고, 한국에서 이런 저런 경험을 해보니 내 관심 분야는 노동, 여성 같은 한국의 특성이 많이 드러나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공부한다면 굳이 해외에서? 라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서 공부하고 졸업하게 되었다.
대학원을 입학하면서 기대했던 것들이 있을 것 같다. 공부, 선후배관계, 학계분위기 등. 실제 입학해 보니 기대와 어떤 점이 같거나 달랐나?
들어오기 전에는 완전 학구적인 분위기를 상상했다. 인터넷에서 보면 대학원생은 사람이 아니다, 랩실의 노예다 등 무서운 말들이 있어서 각오를 하고 왔다. 하지만 교수님들도 편안하게 잘 대해주시고 교육과정과 커리큘럼도 다양해서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었다. 대체로 만족하면서 다녔다. 수업 들으면서 일도 할 수 있었고.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 대학원들은 학교에서 수업만 듣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전업학생이 적은 것이 이유일 수도 있고. 대학원 내에서 같이 공부하고 일하는 환경은 아닌데 재학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 모두 좋다.
학교 다니면서 ‘기록해윰’이라는 과 내 스터디 활동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도가 낮아지고 신입이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기수마다 분위기가 다르기도 하고, 수업 과목도 다양해지는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스터디를 통해 많이 배우는데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기록해윰’ 스터디는 얼마 전부터 휴식기를 가지기로 결정한 상태인데 많이 아쉽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다양한 일들에 도전했다. 아르바이트, 프로젝트 등에 적극적으로 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석사과정생이다 보니 단기로 하는 업무였겠지만 얻은 것이 많았을 것이다. 여러가지 일에 도전했던 이유, 좋았던 것들이 있다면?
대학원생이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졸업을 하고 나면 배운다기보단 커리어를 쌓는다는 의미가 강해질 것 같아서 학생일 때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 여러 일들을 해보면서 나의 흥미를 조금씩 넓혀가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원 입학할 때는 공공영역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니 재밌는 부분도 보였다. 개인의 관심분야가 확장된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아르바이트, 프로젝트 등의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었나?
학과 카페나 네이버 카페에서 많이 봤다. 그런데 동기들이나 선생님들이 직접 추천해주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여러 가지를 하고 있는걸 사람들이 아니까 연락을 해주었다.)
학위논문을 쓰는 과정은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로 어떤 점이 스트레스였나?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은?
논문 쓸 때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옆에서 많이 케어해줬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맛있는 것도 해주고 이야기도 하고 가끔 영화도 보고. 정말 많이 쌓이면 하루는 아예 논문을 접고 잠을 자서 풀었다.
쓰다가 ‘잠을 자도 안풀린다’ 싶게 막히면 선생님들께 연락을 드려서 조언을 구했다. 조언을 구하면서 막히는게 풀리면 스트레스도 같이 사라지는 느낌?
노동조합 주제이다 보니 이영기선생님께 조언을 많이 구했고, 기록해윰 스터디를 같이 했던 홍원기선생님도 도움을 많이 주셨다. 막혔던 부분을 풀어나가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짚어주셨다. 그런 조언들을 제대로 담아내었는지는 모르겠다.(웃음)
이제 함께 졸업한 동기들은 전문요원이라는 자격을 갖추고 공공, 민간의 실무현장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시기일 것이다. 본인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계획이 있다면 듣고싶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앞으로 3-4년 정도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우선으로하기보다는 흥미가 있는 분야에서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싶다. 할 수 있다면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다.
그 외에는 아키위키 스터디 활동을 널리 알리고 싶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졸업해서 일하는 동기들을 보면 잘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 그런걸 보면 나는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든다. 그래도 졸업하면 더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라는 자격을 갖춘 ‘기록전문가’로 일하게 된다. 걱정되는 점과 기대되는 점이 있다면?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일 뿐인데 전문가로 불리는게 맞나 싶기도 한 동시에 뿌듯하기도 하다. 양가적 감정인 것 같다. 먼저 졸업해서 일하는 동기들을 보면 잘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 그런걸 보면 나는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든다. 그래도 졸업하면 더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기록전문가의 길로 오지 않고 다른 일을 했다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 어릴 적 부터 기록학이 하고 싶었다고 하니 이런 질문이 무의미한 것 같기도 하지만.
문헌정보학이 적성에 맞았으니 사서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학생회 활동을 했으니 시민단체 쪽에서 활동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백수로 여행을 다니지 않았을까? (웃음)
앞으로 ‘어떻게’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게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즐기면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든 일도 있을 것이고 스트레스도 당연히 있을거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일을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테니, 앞으로도 쭉 할 일이라면 즐기면서 하고 싶다.
재미가 없으면?
재미를 찾아내야겠지.
기록학을 전공하려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해준다면?
기록학을 전공한다는 가정 하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하고 싶다. 내가 졸업한 외대 경우에는 콜로키움, 워크숍 등 학내 행사가 다양하다. 이외에 아키비스트캠프, 기록인대회의 참여, 학과 스터디 활동 등 최대한 많이 해보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 활동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식도 많이 쌓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게 되니까. 다양한 활동을 해봤으면 좋겠다. 정말 강력히 추천한다.
사실 공무원이나 취업을 생각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원은 체험하고 공부하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을 다닐 때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계기를 만드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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