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과 업무 소개
저는 10여년 간 기록관에서 일을 하다 영구기록물관리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공개재분류를 업무로 2년을 보낸 기록연구사입니다. 기록관에서는 기록물 평가·폐기, 기록관리기준표관리, 처리과 교육 및 지도점검, 생산현황통보, 문서고 관리 등 기록관리 업무 전반을 두루 다 하였는데 유일하게 해보지 않은 업무가 공개재분류였습니다. 공개와 관련되어 경험한 일이라고 해봤자 정보공개담당자 옆 또는 앞에 앉아 매일 같이 청구내용 듣고 보기나, 정보공개로 청구된 관련 기록물을 찾아주기가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기록물의 공개 운명을 결정하는 일은 처음입니다.
가끔 누군가로부터 기록관과 영구기록물관리기관에서의 일을 비교하여 어떤 일이 더 좋은지 물어보는 질문을 받습니다. 저는 전자의 기록연구사를 우등생으로, 후자의 기록연구사를 특기생으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기록관에서는 모든 기록관리를 평균 이상 골고루 잘해야 하는 우등생으로 살아가야 할 운명이라면, 영구기록물관리기관에서는 기록물 등록, 평가, 공개재분류, 정리·기술 등 많은 업무 중 한 분야, 또는 정책기획이나 집행·관리, 지원 등의 차원에서 어느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잘 해내야 하는 특기생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평생 특기생과 거리가 먼 인생이었던지라 지금의 삶이 더 활력이 생깁니다.
공개재분류를 2년 넘게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공개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기록이 많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의 소장 기록물 특성상 너무도 다양한 예측불허의 비공개정보 사례가 있습니다. 기록관에서 기록물 평가와 기록관리기준표를 위해 나름 많은 기록을 봐왔지만, 이곳에서의 기록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닌 듯합니다. 물론 공개재분류를 하는 의미가 없는 기록도 많지만, 국민에게 공개하면 정말 좋겠구나 싶은 기록물도 많아 나름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습니다.
제가 맡은 공개재분류의 업무는 크게 공개재분류 수행, 비공개대상정보 세부기준 관리, 공개재분류 관련 통계관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 기관은 기록물의 건별 공개재분류 1차 작업을 실무원이 하고 2차로 공무원이 검토하고 심의 상정 및 후속조치 등을 합니다. 따라서 평소에는 1차 작업이 끝난 기록물에 대한 건별 검토서를 훑어보고 수정을 합니다. 그리고 1차 작업 중 공개여부나 비공개대상정보 적용이 애매하거나 곤란한 것들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즉각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해 주거나, 더 어려운 것들은 관련 자료나 판례를 검토하고 팀내 회의를 거쳐 논의합니다. 이러한 기록물 중 유형별, 내용별 등으로 별도의 세부기준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1년 동안 이러한 과정에서 누적된 세부기준 추가사항이나 수정사항이 있으면 이를 반영하여 연말에 자료집으로 발간합니다. 작년에 특히 심혈을 기울인 업무가 공개재분류 관련 통계 현황 정리였습니다. 머리나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처럼 기관에서 사용하는 기록관리시스템의 통계 기능이 부실하여(물론 시스템 탓만은 아닙니다) 노가다(?)로 일일이 엑셀로 작성하고 정리하여 끝냈습니다.
공개재분류 대상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여 늘 목표량 달성을 위해 쫓기는데, 가장 정신없이 바쁠 때가 심의를 앞둔 때입니다. 건별 검토서도 재차 확인하면서 안건을 작성하고, 심의위원에게 중점적으로 심의받고 싶은 기록물을 정리까지 하고 나면 겨우 한숨 돌립니다. 그러나 그 휴식도 잠시이고 심의일을 앞두고 날라 온 위원들의 사전의견서에 답변을 준비하고 자료를 찾다보면 또 바삐 돌아갑니다.
원래 작년 12월에 2020년 마지막 심의회가 예정되었었는데 코로나로 연기되어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 열리느냐에 따라 심의 대상량을 더 늘릴 수도 있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어 이번 주는 2021년도 공개재분류 업무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작년에 수행한 공개재분류 관련 수량을 통계 현황에 업데이트하고자 합니다.
2021년 1월 19일 화요일의 업무 일지
<1월 내 해야 할 일>
• 2021년도 공개재분류 추진계획 수립 : 전년도 업무 성과 및 평가, 당해연도 최초, 주기별, 30년경과 대상기록물 산정, 추진 일정 등 포함
• 작년도 공개재분류 수행량 포함한 통계 현황 업데이트
• 주기별 공개재분류 대상 기록물의 생산기관별 작업그룹 생성 및 선정
<1월 19일>
08:20 메모보고와 메일 확인
08:30 작년 업무 추진계획 내용 검토 : 들어가야할 내용, 정리가 필요한 사항과 팀원에게 요청해야 할 데이터 등 확인
09:30 최초 공개재분류 대상 기록물 중 주기별 공개재분류 대상 목록 산출 : 400만 건의 수행량 중 공개로 결정된 기록 제외, 비공개대상정보 제6호 제외 등 생산기관별로 3일째 정리 중임(제6호 공개재분류 유예 조항이 시스템에 반영되어 있지 못해 사람이 고생)
13:00 오전 업무 계속
13:30 동료가 머리를 쥐어짜는 기록물의 공개여부 함께 검토, 관련 기록물을 잘 알고 있는 사람과 통화
13:50 작년에 수행한 공개재분류 수량을 통계 현황에 업데이트하고 그간 발견된 정정사항도 통계 데이터에 반영
17:30 본연의 업무가 지겨울 즈음 평소 관심 있는 업무의 관련 보고서를 출력하여 읽음(눈이 아날로그라 디지털로 읽으면 이해력이 떨어짐)
영구기록물관리기관 기록연구사 D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