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가지 중요한 사항을 말해두는 것이 좋겠다. 많은 양의 자연광이 연구자의 왼편에서 들어오도록 한다(그러면 쓸 때 손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Hilary Jenkinson. (2003).힐러리 젠킨슨의 기록관리편람 (정부기록보존소 역). 정부기록보존소. (원서출판 1937). p. 44.
이 문장을 접하는 순간 지금껏 가지고 있던 ‘힐러리 젠킨슨’이라는 인물에 대한 편견이 무너졌고, 호감이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손그림자가 생겨서 연구자가 불편할 것을 걱정하는 다정한 공무원이라니요. ‘젠킨슨은 생산자 중심 평가지’라고 기억해왔는데, 제가 배웠고 읽었다고 기억하는 모든 것을 다시 살펴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찾아보았어요. 쉘렌버그와 젠킨슨의 커리어와 당시 상황에 대해, 그들이 쓴 책과 한 일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책 외에도 정말 많은 연구를 끊임 없이 하셨더군요. 힐러리 젠킨슨은 돌아가시기 몇 달 전까지도 글을 쓰셨어요 (책을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셨어요’라는 말투를 쓰게 됩니다). 아키비스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왔고, 협회를 만들고, 학술지를 창간했습니다. 한국의 기록학도 영미권과 유럽의 영향을 받아 생겨났고, 그렇게 제가 기록학이라는 전공을 살려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저도 이 분들께 큰 빚을 지고 있는거겠죠. 그런데 정작 ‘쉘렌버그는 1차적 가치와 2차적 가치 – 젠킨슨은 생산자 중심 평가론’이라고만 기억하고 있었다니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리뷰 연재를 기회로 삼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제목이 익숙할 뿐인 기록학의 고전들을, 이름으로만 들었던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옛날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현재의 기록관리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글들을. 연재하는 글에도 결국 요약과 비약이 넘칠 수밖에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 보는데에 의의를 두겠습니다.
과거의 틀이 낡았다는 말을 하기엔, 우리는 지금의 틀에 대해 아는게 없는 것 같아요. 같이 Re:view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