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의 Re:view #2: 넷제로(NetZero) 아카이브

지난 10월 3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유엔 기후변화 컨퍼런스)가 약 2주 만에 종료되었습니다. COP란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가입된 당사국을 뜻하고, 26은 회의의 회차를 뜻합니다. 이번 회의는 COP21에서 체결된 ‘파리협정’에 대한 조약을 구체화하기 위해 소집되었다고 합니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1.5도 이내로 맞추어야 한다는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규칙들을 합의하고자 모인 것입니다. 한국 또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하고자 참석했습니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COP 개최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COP26 합의안은 기대에 못 미친 성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석탄발전을 퇴출하고자 했던 주최국의 목표와 달리 결국 석탄의 단계적 감축으로 합의가 내려진 탓이 가장 컸습니다. 기후활동가들은 기후재앙의 시대를 맞이하는 마지막 문턱에서 당사국들의 잘못된 손익 계산으로 미래 세대가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공동의 장이 열린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상황에서 기록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이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감소를 실천하고 있는 해외 기관의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먼저 호주도서관정보협회(Australian Library and Information Association, ALIA)의 탄소중립 선언입니다. ALIA 이사회는 지난 10월 13일, 세계 재난 회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Disaster Recovery)을 맞이하여 2030년까지 탄소중립기관이 될 것을 선언했습니다. ALIA 비키 에드먼즈(Vicki Edmunds) 회장은 UN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를 지지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SDG 타깃을 설정하고 친환경도서관 연구프로젝트 위탁 사업을 승인했습니다. 마침 ‘Greening Libraries Project’라고 불리는 이 사업의 첫 번째 보고서도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 프로젝트에서는 지속가능성 등 기후, 환경과 관련된 문헌정보학계의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관련 연구를 지속함으로써 호주를 비롯한 전세계 도서관이 실천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도서관 프로토콜을 제시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핀란드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Finland, NLF)의 사례입니다. 지난 9월 13일, 핀란드국립도서관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2021-2030 전략을 발표하며, 앞의 ALIA와 마찬가지로 2030년까지 NLF을 탄소 중립기관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NFL은 도서관과 기록관처럼 기록을 보존하는 곳은 이미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일정 정도 역할을 한다고 본다는 것이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어느 아카이브에서 디지털 기록을 제공하고 있다면 기록이 실제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있다는 관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하나의 기록을 여러 명의 이용자가 활용한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캐나다국립도서관기록관(Library and Archives Canada, LAC)에서 새로 짓고 있는 기록물 보존시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LAC는 캐나다 퀘벡주 남서부 가티노라는 도시에 새로운 보존시설을 건립하면서 건축적 측면에서의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이는 캐나다 정부의 ‘Greening Government Project’ 요건에 부합한 첫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새 보존시설은 건축물의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연료를 통해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등 건물 설계에서부터 넷제로(NetZero)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환경 보호를 실천한다는 것이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2011년부터 이미 보존시설의 면적과 갯수를 줄이는 등 탄소발자국을 감소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LAC의 다양한 시도 중 하나라고 합니다.

<캐나다국립도서관(LAC)의 새 보존시설 조감도>

위 사례들을 간단하게 1) 탄소중립 선언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부전략/목표 설정, 2) 문헌정보학 또는 기록학계의 기후/환경 관련 연구 위탁 또는 지원, 3) 건축물 등 물리적 공간을 활용한 탄소배출 저감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단 몇 사람의 의지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설사 탄소중립을 선언했다고 하더라도 목표치에 부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관들은 지역사회에서 그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래 세대에게 기록유산을 전승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은 존재 자체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지지하는 것이라는 관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카이브 유전자가 이미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우리의 책임감은 더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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