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스레터에서 우리는 디지털 기록에 대한 장애인 정보 접근성과 관련한 지침을 살펴보았습니다. 대표적인 지침으로 유네스코(UNESCO)의 ‘접근 가능한 기록유산(Accessible Documentary Heritage)’ 지침과 ‘기록유산 디지털화의 기본 원칙(Fundamental principles of digitization of documentary heritage)’이 있었습니다. 또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경제적·지역적·신체적 또는 사회적 여건으로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자에게 정보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내용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 지침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디지털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입니다.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디지털화의 이점을 누리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정보 접근성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관들의 구체적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뉴질랜드의 사진트 갤러리(Sarjeant Gallery)입니다. 사진트 갤러리의 웹사이트는 소장자료의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웹사이트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모든 작품에 주요 특징을 기술한 대체텍스트를 달아 시각 장애인들이 작품을 이해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세한 기술(description)은 비장애인 이용자에게는 작가, 국적, 색상, 오브젝트 타입 등 다양한 분류체계에 따라 다른 작품을 탐색할 수 있도록 기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사이트는 WCAG 2.0 AA 기준에 따라 레이아웃과 인터페이스를 단순하게 설계했는데요. 운동 장애가 있는 이용자가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입으로 빨거나 불어서 컴퓨터에 명령을 입력하는 도구를 사용할 때 단순한 레이아웃과 인터페이스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획 단계부터 장애 보정 기술을 사용하는 이용자를 고려하면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시카고현대미술관의(Museum of Contemporary Art, Chicago) 코요테(Coyote)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 시카고현대미술관에서 직접 제작한 것으로, 각 작품의 주요 특징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자연어 텍스트로 기술해주는 도구입니다. 시카고현대미술관은 이 소프트웨어를 다른 미술관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오직 이미지만으로 설명을 기술해주는 프로그램이 미술계와 관련 커뮤니티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관찰한 부분입니다. 시카고현대미술관에서는 코요테 프로그램이 작가나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웹 이용자들에게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코요테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관들이 모여 기술 가이드(description guide)를 논의함으로써 기관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을 점차 확대시켜 나가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도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평가하고 품질을 인증하는 기관을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바로 2014년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웹접근성 품질기관으로 공식지정된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인데요. 이 기관은 한국형 웹 접근성 표준지침(KWCAG 2.0)을 준수한 우수 사이트에 대해 품질마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직접 심사절차와 심사기준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품질마크를 획득한 기관들의 목록을 제공하고 있으니 둘러보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이 밖에도 스크린 리더로 판독 가능한 PDF 문서 제공, 자막과 수화 통역을 포함한 비디오 등 웹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물론, 사례들을 조사하면서 어느 기관이든 장애 유형별로 다양하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에 완벽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여러 기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각 기관의 상황에 따라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을 하나씩 넓혀나간다면 장애인의 웹 정보 접근성도 느리지만 분명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읽고 있는 『도서관 환상들』(2021 / 저자 아나소피 스프링어, 에티엔 튀르팽) 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디지털화 공정 자체는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디지털화가 이뤄지는 맥락이다. 디지털화된 자료를 어디에,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 메타데이터를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 우리가 개발한 방법들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62)” 우리가 지향하는 아카이브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소스와 콘텐츠를 공유하며 창의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기존의 제약을 무너뜨리고 더 많은 생각과 도구들이 조화롭게 만나는 공간으로서의 아카이브가 궁금해집니다.
총 두 편으로 나누어 발행한 차차의 뉴스레터가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 차차의 뉴스레터에서 『도서관 환상들』 (2021 / 저자 아나소피 스프링어, 에티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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