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의 Re:view #4: 기록전문가를 위한 Emotional Support Guide

몇 년 전, 언론사에서 근무 중이던 지인이 한 가지 어려움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충격이 크고, 가슴아픈 사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내용들을 살피고 원자료들을 검토하다 보니 심적으로 지치고 우울하다는 것이었어요. 늘 기록과 마주하는 우리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요? 세월호와 같은 사회적 참사/재난에 대한 기록을 관리한다거나, 끔찍한 사고에 대한 수사/재판기록을 보는 경우, 과거사나 사고에 대한 기록들을 열어보는 경우 등 처럼요. 이러한 자료들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내용을 보고 연구해야 하는 때에 우리의 마음과 멘탈을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은 없을까요? 

영국과 아일랜드의 기록보관소 협회(Archives & Records Association UK&Ireland)에서는 사건, 사고의 기록들과 같이 심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기록(disturbing material and records)과 함께하는 기록관리 및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3개의 Emotional Support Guide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가이드는 2차 트라우마(secondary trauma)와 동정심의 감퇴(compassion fatigue), 번아웃(burn out) 등에 대한 용어를 정의하고, 이러한 상태가 나타나고 지속될 때에 필요한 수칙 들을 제시합니다. 가이드에서는 심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자료와 기록들을 마주했을 때,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에 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동일한 증상을 보이거나 혹은 사건/사고들로 인한 피해자들의 호소에 무관심해지는 등의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나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이러한 기록과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강조합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우선적으로 나의 마음을 돌보는 것((mindfulness로 표현하고 있어요)이 필요하고, 올바른 내적 대화(internal dialogue)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방법들도 함께 제시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압박이 심한 근무환경에서는 예민해지기 쉽기 때문에 대화의 어조가 격해지거나, 부정적 생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럴 때 조금은 이 상황을 중립적으로 보고, 부정적 상황이라 결론내리기 보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잠깐 시간을 내어 운동하고, 상황을 환기시키는 것 등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너무 뻔-한 제안인가요?

왼쪽보다는 오른쪽으로!

두 번째 가이드는 2차 트라우마, 동정심의 감퇴가 나타나는 단계들을 인식하고, 이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소개된 6단계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단계에 속하고 계신가요?)

  1. 관여(The Engaged stage) : 우리의 일에 열심이고, 관심이 있다. 
  2. 화남/불안함(The Upset / Disturbed stage) :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단지 조금 불편한/언짢은 것이라 무시하려고 노력한다. (이 단계가 지속되고, 다음 몇 단계로 넘어가려 할 때, 우리는 조취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3. 과민함(The Irritability stage) : 평소보다 약간 더 과민함 
  4. 철회(The Withdrawal stage) :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와의 상호작용이 단절 
  5. 관둠(The Quitting stage) : “왜 귀찮게해?”의 실질적 상태, “굳이 ~하고싶어하지 않다” 
  6. 병적 측면 vs 회복/성숙(The Pathology vs Renewal / Maturation stage) :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심각한 마음 및 몸의 건강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감정과 문제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으며, 성숙하고 효과적인 회복력을 이룩할 수 있다.   

위 단계에서 나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나의 내적 상태를 관리하고, 필요 시에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요. 친구, 동료들과의 소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나아가 관리자급의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세 번째 가이드는 조직의 입장에서 어떠한 지원이 가능한지, 2차 트라우마, 동정심 감퇴, 번아웃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주요 영역/전략은 무엇인지 소개합니다.

  • 담당하는 일의 밸런싱, (일의 밸런싱 등에 대한)감독과 같은 전문적 전략 
  • 충분한 휴식 시간, 안전한 물리적 공간과 같은 조직 전략 
  • 자신의 한계를 존중하고 자기 관리 활동을 위한 시간 유지 등과 같은 개인 전략 
  • 자기 보살핌, 연결고리 찾기와 같은 일반적 대처 전략 

2차 트라우마, 번아웃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과 친구는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동료들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비슷한 문제들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서로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도 도움이 되죠. 우리 기록관리계도 학회 및 협회의 학술대회, 행사에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들이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 온라인으로만 대체되니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가이드를 읽다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니야?’, ‘뻔하네’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겁니다. 사실 아주 특별하거나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기록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록관리자/연구자들의 문제들을 살피고, 이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무 환경, 처우를 비롯 여러 지원 방안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마음 챙김도 중요하겠죠.

더하여 코로나 상황으로 재택근무가 많은 요즘, 이에 대한 멘탈 케어도 함께 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들을 함께 나누고 있어요.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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