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평가심의회, 요즘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아마도 대면회의의 기억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겠죠? 제 마지막 대면회의는 전 직장에서의 회의였는데요, 평가 대상 목록을 작성하고, 생산부서 의견 조회를 거쳐 주요 검토 사항을 포함한 안건을 준비하고, 심의회를 열어 심의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종합해서 다시 결과 심의의결서로 정리하여 서명을 받았습니다. 외부 위원이 계신 덕분인지 회의는 진지하게 진행되었고, 어떤 기록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하지 못한 이유로 보존기간 재책정/ 보류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는 서면회의만 두 번째입니다. 아마 최소한 내년까지는 그렇겠죠? 서면으로는 기록연구사(이 글에서는 각 기관에서 ‘기록물관리전문요원’로서 일하는 사람의 명칭을 ‘기록연구사’로 통일하겠습니다.)의 검토 결과에 영향을 줄만한 의견이 들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심의가 ‘논의’의 형태보다는 기록연구사가 심사한 결과에 대한 가/부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심사의견서를 쓰는 일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 평가심의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며 피드백을 줄 사람은 이 큰 기관 안에서 저 혼자 뿐이니까요. 다른 사람 – 몇 년 후 이 파일을 다시 열어볼 나, 먼 미래의 후임자, 어쩌면 감사관 – 이 볼 때 엑셀파일로 정리된 그 결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전에 평가심의회 안건을 쓸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심사의견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기관의 규모도 기록의 양도 비교할 수 없이 커진 덕분에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몇 번 고쳐 쓰면서요. 사실 기록관리 기준부터 다 뜯어 고치고 싶지만 그건 어차피 이번 회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구요. 그러다 문득, 언젠가 찾아보고 ‘일할 때 참고해야지’ 하며 저장했던 이 파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영국의 평가 보고서(appraisal report)입니다.

(지금부터의 설명은 TNA 자료인 ‘How to compile an appraisal report‘ 중 일부를 번역한 내용을 포함합니다.)
평가 보고서(Appraisal Report)란
평가 보고서는 각 기관이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TNA로 이관하거나 지정된 장소(Places of Deposit)로 이관하려고 하는 기록에 대한 핵심 요약 자료입니다. 폐기보다 선별을 위한 자료죠. 정부 부처, 책임운영기관(executive agency), 비정부 공공기관(NDPD)에서 작성합니다. 작성자는 기록연구사와 가까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Departmental Records Officer'(이하 DRO)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됩니다.
- 기관의 책임과 업무, 그리고 잠재적으로 역사적 가치를 가진 기록을 찾는데 도움을 줄만한 기록
- 영구 보존을 위해 종이와 디지털기록을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투명한 기록. 쉐어 드라이브, 데이터베이스와 다른 디지털 포맷을 모두 포함하며, 관련되어 있다면 하이브리드 포맷으로 된 기록도 포함.
때문에 이 자료는 선별(selection)을 돕기 위해 설계된 자료지만 넓게는 평가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평가 보고서가 발행되는 과정
1단계: 기관에 대한 기본 정보와 생산하는 기록의 유형. 선별하고자 하는 자료에 예비 제안.
2단계: 기관과 TNA의 정보관리컨설턴트(이하 IMC, Information Management Consultant) 간 논의.
3단계: 기관의 DRO와 TNA의 IMC 간 합의된 ‘최종’ 초안 도출, TNA의 ‘Records Decision Panel’에 제출하고 검토
→승인되면 공공 컨설테이션을 위해 TNA 웹사이트에 공개, 피드백을 반영하여 최종안을 발행.
위 단계는 공개되어 있는 평가 보고서를 보면 더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아래 그림은 영국 국방부 평가 보고서에서 가져온 것으로, 위에서 말한 각 단계와 승인 과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평가 보고서에 들어가는 내용
그럼 이제는 보고서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를 좀 더 살펴볼까요?
- 배경 정보(Background Information)
- 기관 명
- 기관 유형
- 연간 예산
- 직원 수
- 기관 연혁
- 기능, 활동, 기록관리
- 모부처 또는 관계부처
- 모부처과의 관계
- 타 조직(agency)/비정부 공공기관과의 관계
- 선별 결정(Selection decisions)
- 조직에서 수행하는 정책 영역 – 1.5, 1.6에서 개관한 내용과 연결
- 조직에서 수행하는 상위 레벨 업무의 영역 – 기관의 핵심 사업
- 하이브리드 또는 전자적인 데이터세트/업무 시스템
- 기술 보고서(technical report)
: 정부부처 등 대규모 기관은 ‘첨부된’ 기술 보고서를 통해 평가 보고서를 개발하는데 수행한 상세한 분석 과정, 그리고 기록과 활동의 가치를 평가하는 결정 과정을 문서화해야 함
* ‘TNA의 Records Collection Policy와 관련 OSPs를 통해 판단할 때 역사적 가치를 지닌 기록이 거의 없을 것이 명백하다면 이 부분을 쓰는데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위원회
- 핵심 법정 기능과 활동 – ‘이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기관의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함‘
- 특수 유형의 기록과 시스템/컬렉션에 대한 정보
- 발간물
- 과학적 분석과 연구 기록
- 중요한 이슈와 이벤트
- 내부 운영 (일반적 관리 기록 중 선별될 기록이 있는 경우에만)
- 추가 정보와 후속 조치
- 확인할 다른 사항들
- 다른 부서가 기록에 미칠 영향
- 여기에서 다룬 기능과 관련한 종이 기록의 선별과 검토에 대한 적용
- 후속 조치
공개되어 있는 평가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목차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페이지를 소개할 수는 없겠지만, 영국 내무부의 평가 보고서 중 이 보고서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1 챕터와 3.2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까지 보고, 공개되어 있는 보고서를 쭉 훑어보다 돌아봅니다. (평가 보고서 전문은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는 한 기관의 기록연구사로서 이 평가 보고서를 채울 수 있는가? 올해 계획 중인 기록분류체계 개편 업무를 시작하는 체크리스트를 받은 것 같기도 하네요.
근데의 리뷰 #4: 나의 심사의견서와 영국의 평가보고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