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11호의 Re:view #1: 미국의 대통령기록관리를 보는 시각

최근 대통령기록관리의 문제점을 다룬 한 방송을 리뷰합니다.

지난 5월5일 티비조선 탐사보도 프로그램 ‘탐사보도 세븐’은 ‘대통령 기록물, 그 봉인된 진실’ 편을 방영했습니다. 대통령기록물이 정치,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왜곡과 오해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텔레비전 방송을 통한 대통령기록물 관련 보도는 반갑기도 했습니다. 

방송은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청와대 특활비 논란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기록물법이 진실을 드러내는 일을 막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이런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서 전 국가기록원 정책부장, 미국 대통령도서관장 등 국내외 기록관리전문가의 인터뷰를 인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방송은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장으로 일한 바 있는 ‘테리 가너’라는 미국 대통령기록관리전문가의 말을 인용합니다. 한국의 대통령기록관리제도가 미국의 제도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했고,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대통령 중심 정치제도가 미국의 제도와 유사하기 때문에 인터뷰는 현재 한국의 대통령기록관리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테리 가너 관장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에 기록물 은폐 여부를 걱정한 의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지미 카터 행정부가 대통령기록물법을 발의하고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지금까지 법안이 있는 겁니다. 이 법의 취지는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기록물이) 미국 국민 소유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라고 말합니다. 

티비조선은 아마도 ‘대통령기록물법’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는 한국의 상황과 ‘개인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기록물임’을 강조하는 미국의 차이를 부각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치제도가 아무리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 제도의 설계와 운영은 해당 사회의 맥락을 반영합니다. ‘저 나라는 저렇게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냐’라고 단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미국 대통령기록 관리 제도는 수십년 동안 성숙했고, 미국 사회는 대통령기록관리 제도의 취지에 합의하고 이를 운영했습니다. 방송이 말하고 싶었던 것, 실제 미국 대통령기록관리 제도의 운영과 사회적 맥락 등을 더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볼까요? 

테리 가너 관장의 설명대로 미국은 대통령기록물법 제정 당시부터 ‘국민의 소유’인 대통령기록물이 잘 생산되고 보존되도록 하기 위해 국방, 안보, 개인정보 등과 같은 기록물에 대해 12년 동안 접근제한을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송이 비판하고 있는 한국의 지정기록물제도는 미국의 이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근 트럼프 대통령 시기 의회난입 사건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도록 연방대법원의 결정하기 전까지 한 번도 대통령이 접근제한을 결정한 기록물이 전직 대통령의 의사에 반해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트럼프 기록물이 국회의사당 공격에 관한 의회 조사위원회에 제출된 것은 미국의 대통령기록물이 쉽게 공개된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 사안은 연방대법원에서 이루어진 전직 대통령의 행정특권에 대한 중요한 판결입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이런 경우에도 대통령기록물은 쉽게 공개될 수 없으며, 최고 권위를 가진 재판부의 판단에 의해서 의회에 제한적으로 제출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등법원 영장에 의해 쉽게 지정기록물이 열람되는 한국의 제도와 비교해 볼만 합니다. 한편 미국은 이러한 성문법적 조항 뿐만 아니라, 전직대통령이 자신의 기록물에 대한 공개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특권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이례적으로 연밥대법원에 의해 이 행정특권이 거부된 것입니다.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동을 자주 했던 이례적인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에 대한 미국 사회의 시선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방송이 다루지 않은 것은 또 뭐가 있을까요? 대통령기록물의 강력한 보호제도와 더불어 미국 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소유’인 대통령기록물이 잘 보존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국가의 예산, 인력 등을 투입하여 대통령 개인별 아카이브(Presidential Libraries and Museums)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NARA 홈페이지는 후버 대통령부터 트럼프 대통령까지 15개의 대통령도서관 홈페이지를 링크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은 대통령기록물법이 생기기 훨씬 전인 1955년 대통령도서관법을 만들어 사실상 대통령기록물이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NARA의 대통령기록관리 관련 조직은 이들 개별 대통령들의 대통령도서관과 함께 대통령기록물을 관리하기 위한 협업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도서관은 대통령재임시 모금된 자본으로 설립한 재단과 NARA에서 파견된 대통령기록관리전문가들이 함께 운영하는 체계입니다. 당연히 담당하는 전직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다른 대통령과의 형평 등도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활용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대통령기록물의 강력한 보호, 전직대통령의 열람권 보장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합니다. 

미국의 대통령기록물관리제도가 한국이 따라가야 할 절대 선은 아닙니다. 기록관리제도는 해당 국가의 고유한 사회, 문화적 토양 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통령기록관리제도는 한국의 정치상황, 국민들의 인식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런 전제 없이, 충분한 조사 없이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단편적으로 인용하는 것은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미국의 대통령기록물관리에 대해서 간단히 리뷰해 보았습니다.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많은 주장에서 미국의 사례를 인용하지만 정말 우리는 미국의 제도와 현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미국 대통령기록관리의 쟁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들여다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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