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다의 Re:view #8 : 뮤지엄에서 나눈 대화 – 각자의 아카이브

사람은 가르치며 배운다(Homines, dum docent, discunt) 세네카, <도덕에 관한 편지>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의 오랜 역사를 생각하면, 대화 속에 그 둘이 모두 들어있다는 의미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우리 직장인들은 주로 회의라는 형식으로 대화를 합니다. 얼마전 한 회의에서 가깝지만 다른 분야의 ‘동료’들과 오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배우고 나눈 것을 공유합니다.

뮤지엄(박물관, 미술관을 총칭)이 아카이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처럼 보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카이브’라는 말을 뮤지엄이 쓰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사실 뮤지엄은 이전부터 컬렉션, 리서치, 리소스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아카이브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모아서 부를 적절한 말을 아카이브에서 찾은 것이겠죠. 아카이브에서 일하는 저는 가끔 그런 회의에 초대를 받곤 하는데 대화 속에서 배운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뮤지엄에서 아카이브를 말하며 나눈 대화입니다. – 일부 대화는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가공했습니다.

A 미술관 아키비스트) 미술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학예연구사로 연구직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무원인데요, 저는 스스로를 아키비스트로 소개합니다. 일하는 부서가 소장품이나 자료를 관리하는 곳이라 큐레이터보다는 아키비스트입니다. 저는 특히 기관 자료(Institutional Archives)의 수집, 정리, 활용에 진심입니다. 그 아카이브의 퀄리티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제어하며 관리하는 게 제 일입니다. 기록과 자료를 오래 들여다 보는 일을 좋아합니다. 미술관 아카이브는 Getty Research Institution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미술관은 주제와 분야별 아키비스트가 제법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전시를 만들 때는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은 자연스럽고 필수인 것 같습니다. 아카이브 컬렉션을 만들던 초기를 되돌아보면 모을 때 정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사람들은 공식적인 결과물 외에 자신의 컴퓨터나 파일에 존재하는 기록을 잘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기증과 수집을 설명하고 열심히 설득했습니다. 특히 전임 기관장님의 컬렉션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라키비움’

B 음악원 학예연구사) 전통음악에 대해 연구하고 전시하는 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아카이브 일을 했습니다. 학예연구와 기록연구 일은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경계란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르죠. 일을 하다보면 오히려 만남을 장려하는게 유리하다고 봅니다. A 선생님과는 다른 관점인데요, 모은 아카이브를 완전히 해석, 기술하기 보다는 그 자체의 완결성은 덜하더라도, 일정한 군으로 잘 묶어 ‘느슨하게’ 정리하는 일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지향의 차이일 수도 아카이브를 다루는 기관의 전략적 차이이기도 합니다. 모은 아카이브를 잘 정리해서 기관의 연구와 조사에 다시 돌려드리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기증’한 자료의 유용함이 드러날 때 즐거워하더군요.

C 문화원 학예연구사, 기록관리학 박사) A, B 선생님처럼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록관리학 박사과정에서 공부도 했습니다. 아카이브는 유물과는 다르게 아직 가치가 명확하게 판정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양도 아주 많습니다. 그것은 아카이브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뮤지엄이 아카이브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뮤지엄 아카이브는 ‘순수한’ 아카이브라기 보다는 소장품의 맥락 정보를 지원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 일은 전시와 연구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D 박물관 학예연구관) 제가 일하는 박물관이 아카이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아직은 박물관 속에서의 아카이브 일 자체에 대해 탐구하는 중입니다. 저는 박물관에서 오래 일을 했는데요, 아카이브의 시간과 박물관의 시간이 점점 겹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박물관의 유물이 과거를 다뤘다면 아카이브는 근대 현대와 함께 동시대를 고민하게 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박물관은 동시대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과거와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탐구하기 위해 유물과 생각을 활용하여 사람들이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호주 박물관협회 정관(2002)은 박물관이 만나는 시간의 축에 대해 깊이 고민할 것을 요청합니다.

사회 문화의 많은 것들이 서로에게 배우고 모방하면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의 시대입니다. 뮤지엄과 아카이브의 우애는 소장품-유물이 아카이브와 섞이며 풍부한 맥락을 만들어냅니다. 한편 둘 간의 견제는 긴장을 낳으면서 더 나은 모델을 지향하게 합니다.

(갤러리, 미술 센터 등)이들 기관도 대개 작품에 대한 문서 컬렉션을 보관하는 아카이브는 가지고 있다. 현대미술에서는 문서와 진품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어서 아카이브와 컬렉션은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많은 종류의 예술 작품은 공연처럼 한 번만 보여 주거나 의도적으로 일시적이어서, 기록된 문서를 통해서만 알려질 수 있다 – 리아넌 메이슨 등 <한 권으로 읽는 박물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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