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진작가 안드레이스 거스키를 아시나요? 현대사진의 거장이라고도 불리는 사람인데요, 현재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안드레아스 거스키> 개인전을 하고 있어요.

거스키의 작업은 서사를 배제함으로써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고, 인간을 부각하지 않음으로써 시대상을 강조하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숨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각종 사진 기술적 실험을 지속해온 세계적인 거장의 가장 도전적인 실험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정윤원. (2022년 5월 7일). [친절한 도슨트]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객관적 사진 속 무엇. 보그. https://url.kr/fq2l7b)
그의 사진전을 관람하고 나서 가장 공감갔던 문구에요. 기록에서는 맥락과 서사가 정말 중요하잖아요. 저도 사진기록을 정리할 때면 사진의 맥락부터 파악하는데, 오랜만에 개별 사진의 서사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을 할 수 있어 더욱 즐거운 전시였어요.
<안드레아스 거스키> 전시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작품은 <수장고>였어요. <수장고>는 뒤셀도르프에 위치한 거스키 스튜디오의 수장고 공간을 촬영한 작품인데요, 얇은 철제로 벽을 세우고 세로로 작품을 보관하는 작품 속 수장고라니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우리에게 무엇보다 익숙한 수장고(보존서고)라는 공간이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니! 주로 문서류나 박물류를 보관한 공간을 보다가 이렇게 대형 사진들을 보관하는 공간을 보니 새롭기도 하고 대형 사진 보존방식에 대한 호기심도 해결되었지요.

그러고보면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장고는 소수의 담당자만 접근하는 아주 내밀하고도 비밀스러운 공간이었잖아요. 실제로 아직까지 많은 기관의 수장고가 보존의 역할만을 수행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최근에는 개방형 수장고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요. 문화적 기억기관이 학술적 공간에서 대중의 공간으로 변화함에 따라 그동안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던 수장고도 열린 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일까요?
개방형 수장고를 볼 수 있는 공간은 대표적으로 서울기록원이 있어요. 서울기록원 3층에 위치한 오픈형 수장고에서는 소규모 기획전시와 함께 시민기록 서고, 기증기록 서고, 그리고 박물서고를 창 밖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미술품수장센터도 빼놓을 수 없죠. 이 곳은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으로 수장고에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보존의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변화해가는 수장고. 앞으로 우리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수장고(보존서고)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