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학에서의 이용자는 어떤 모습일까.
“행정담당자, 전문직 이용자, 학자, 학생, 교사 … 족보학자, 아마추어 역사가, 취미 연구자들 … 기록 연구에 경험 있는 연구자 … 초보자” (Pugh, 2005)
“일반이용자, 계보학자/가계기록이용자, 퇴역군인과 가족, 교사 및 학생, 연구자, 기록관리자, 기록보존가, 정보보안전문가, 주 정부공무원, 국회의원, 기자/언론인 …”(NARA)
매우 제한적인 이미지로 서술되고 있다.
즉,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혹은 나타날지 모르는) 미래의 신화나 동화 속에 등장할 법한 소극적이고 잠재적인 이용자인 것이다.
근래의 기록관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여 제공하려는 시도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용자와 소통하고 있다는 뱃지를 달아주기에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관련 연구[1]에 의하면 ‘이용자의 관심도가 일반 이용자가 작성한 트윗(소셜 미디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며, ‘(기록관의 소셜 미디어가)기관 자체의 콘텐츠에 대한 화제성이 낮을 뿐더러 잠재적인 이용자층이 적극적인 이용자층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기록정보서비스의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인 물음들로 이어질 수 있다.
먼저, ‘우리는 이용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이다.
기존의 기록정보서비스를 패턴화 해본다면,
1. 이용자에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록에 대한 요구(needs)가 생기면, 그 요구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2. 기관/단체에서 가지고 있는 중요한/보여줄 만한 기록을 전시한다.
3. 사회적인 이슈나 관심될 만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관련 기록을 안내한다.
4. 기록을 해제한다.
5. 연구자들에게 어떻게 기록으로 연구할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6. 이용자들에게 참여를 유도한다.
기록관의 기록정보서비스는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는 개체(혹은 소장하고 있지 않은 개체들도) 중에서 팔릴 수 있을 만한 물건을 가판대에 올려놓는 백화점식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쇼핑에 대한 이용자 경험의 끝은 무엇일까.
“Needs are diverse, complex and quirky.”
이용자의 요구는 다양하고, 복잡하며, 기발하다.
_Matt Edgar
‘기록관’이 무엇인지 아직 생소한 이용자들에게 –
맥락을 설명하는 브라우징보다 상용 검색엔진에 익숙해져 있는 이용자들에게 –
(구구절절 모든 정보가 제시되는 것이 아닌)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시원하게 제시해주길 원하는 이용자에게 –
애석하게도 이러한 방향성은 이용자의 민감성을 따라가기 힘들지 않을까.
‘왜 기록관을 이용 하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도 필요할 것이다.
기록 혹은 기록관에 대한 인지 부족도 있을 것이고, 굳이 기록관에서 찾아야 하는 동기를 부여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디에 어떤 기록으로 내가 원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안내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쉽게 기록관이 아닌 다른 소비 루트가 편해서 일지도 모른다.
숙련된 전문가들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비록 완벽하게 작동되는 서비스일지라도,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인가의 문제는 별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화 유산 관련 학문 중 제일 비이용 요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이용자와 잠재적인 이용자들의 정보 요구에 귀기울이지 않는 학문이 ‘기록학’이라는 사실은 매우 도전적인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위의 두 가지의 물음들은 영국 GDS(Government Digital Service)의 ‘Digital Service Standard’에서 가장 먼저 제시된 사항들이기도 하다.[3]
1. Understand user needs
2. Do ongoing user research
우리의 이용자는 누구인가?라는 전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구의 설계에 작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미려한 인터페이스와 고도의 기술력으로 무장된 시스템을 만들기 이전에,
다른 기관의 우수 사례(Best Practice)들을 숭배하기 이전에,
우리는 어떤 것들을 서비스 할 수 있고, 어떻게 발견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인지.
(이용자들이)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떠한 ‘기억’을 경험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고민의 시작인 것이다.
“Travel agents would be wiser to ask us what we hope to change about our lives rather than simply where we wish to go.”
“이상적인 여행사가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묻기보다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냐고 물어볼텐데.”
_Alain de Botton, ‘A Week at the Airport: A Heathrow Diary’
알랭 드 보통의 이상적인 여행사 대신, ‘기록관’이라는 단어를 넣는다면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조금 더 이용자 친화적(user-friendly)인 관점으로 말이다.
[1] 최정원 외, 2016, 공공기록관의 소셜미디어 이용 현황 및 이용자 관심도 분석, 정보관리학회지, 33(2):135-156
[2] 최정원 외, 2017, “기록관 비이용 요인분석 및 이용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문헌정보학회지, 51(1):49-57
[3] https://www.gov.uk/service-manual/service-stand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