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 정부산하공공기관 기록물관리전문요원 G의 하루

업무 소개

안녕하세요. 기록경영 동료 여러분. 저는 정부산하 공공기관의 하나인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5년 째 근무하고 있는 기록물관리전문요원입니다.

말이 좋아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죠, 처음 입사해서 3년 간은 타 부서의 홍보와 도서관 및 총무팀 업무를 맡아 기록관리와는 전혀 무관한 일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기관 기록관리 업무는 누가 했을까요? 답변 드리자면, 제가 입사해서도 3년 넘게 기관 내 실제 기록관리 업무는 진행되지 않았답니다. 공공기관으로서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을 배치하지는 했지만 정작 실행 예산을 투입하여 시작하기에는 기관으로서 부담이 컸던 모양입니다. 3년 여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타 부서 업무를 하면서도 기관 내에 기록관리와 주제별 아카이브의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고군분투하였습니다. 경영진에게 기록관리 필요성을 피력하고 외부 교수 초대 강연, 구술 사업 등을 전개하며 우리 기관의 역사를 세우는 일의 기초가 기록관리임을 알려야 했습니다. 그 결과 역사의식이 많은 경영진에 의하여 일단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연구부서로 인사이동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말이 좋아 쉽게 인사이동이죠… 이 인사이동을 이루어내기 위하여 제가 맡았던 수많은 타 부서 업무, 이것이 공공기록물법 위반임을 인식시키기 위한 고투를 생각하면 기록관리 10년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아카이브를 맡아 구술사업과 전시 등을 진행하면서 일종의 기록관리 아웃리치부터 가시적으로 기관 내 직원들에게 보이면서 그 기초 작업인 기록관리의 필요조건 등을 설득해나갔습니다. 가장 좋은 계기는 2020년 공공기록물법 개정으로 확립된 기록의 날, 6월 4일이었습니다. 이 날 그간 구술사업의 산출물(원로 구술영상, 사료, 구술제작 과정 등)을 직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카페에서 전시하고 기록관과 아카이브가 어떤 조직이며, 관련 법령은 무엇인지, 어떤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책자를 제작하여 배포하였습니다. 조금씩 직원들은 우리 기관의 현재를 살리려면 미래까지의 기록관과 아카이브라는 다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인식의 기반이 기초가 되어 비로소 작년에 기록관리에 첫 예산을 투입하여 문서고 기록물을 정리하고 목록화하고 사료 메타데이터를 설정하여 아카이브 기초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여러 산을 헤매다 바다로 가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아직도 가고 있는 중이고요. 제가 대학원 시절에 기록관이 각 기관에서 운영이 잘 되려면 가져야 하는 요소 중 가장 큰 것이 ‘리더쉽’이라고 배웠습니다. 그 땐 잘 몰랐죠. 그저 경영진의 인식 정도로만 생각했는데요. 막상 현장에 와서 체험하니 일반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기록관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공기관은 모두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되다 보니 기록관이 첫 발을 내딛을 때 새로운 예산 항목이 설정되어 다른 부서의 예산을 깎을 수도 있는 일이니, 섣불리 시작하기를 두려워합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일까요? 아닙니다. 기관장의 의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기관장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것이 기록물관리전문요원과 직원 간의 이해의 깊이가 될 수 있겠습니다. 즉,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은 일정한 규칙의 기록관리 프로세스만을 총괄하는 사람이 아닌, 이 기록관리 업무 자체를 수호하기 위하여 기관의 다방면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어야 합니다. 저도 현장에서 체험하며 참 어려운 일임을 느낍니다.

지금은 이 산 저 산 다니다 조금씩 기록관이란 바닷물 짠 내를 맡아가며 바다에 가깝게 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는 경영진의 특별한 배려로 특수 이월 예산을 받아내어 기록관/아카이브 인프라 구축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록물 보존연한을 정하고 분류체계를 수립하는 등의 지적 틀을 구축하여 시스템 기초 작업을 이어가고 구술사료 아카이빙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가 기록물관리전문요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 느끼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인내와 이해’입니다. 소속기관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마세요. 기쁜 날은 올지어니, 다만 많이 많이 인내하고 버텨야 합니다. 기관의 예산과 업무가 기록관의 틀에 맞춰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만 직시하면 어떤 면에서 공공기관의 기록관 업무에 대한 이해의 반은 된 것입니다.

2021년 5월 7일 금요일의 업무 일지

<5월 셋째 주 해야 할 일>

  1. 2021년 기록관 인프라 구축 특수 예산 활용 계획서 작성
  2. 6월 기록의 날 준비

<5월 7일 업무일지>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09:00 기록관리 인프라 구축 관련 타 기관 기록물관리전문요원 인터뷰

10:00 기록물관리 전문 업체와 전화회의 및 견적서 발송 요청

11:00 부서 내 기록관/아카이브 계획 변경 조율 전화회의

13:00 6월 기록의 날 사료 정리 및 전시 플래닝

16:30 구술사업 전시 대상 원로 전화회의

17:00 기록관리 인프라 구축 예산 활용 계획서 작성

18:00 구술사업 전시 대상 원로와의 만남을 위한 장소로 출발

19:00 곤드레밥을 함께 하며 원로와 전시 기획 논의

21:00 저녁식사 겸 회의 마침

늘 깨어있고 싶은 기록물관리전문요원 G였습니다.

오늘 하루도 우리 모두, 기관이 우릴 속일지라도 인내하고 이해하는 기록인이 됩시다!!


2 thoughts on “Day 7. 정부산하공공기관 기록물관리전문요원 G의 하루”

  1. 잠깐 머물다가 떠날 계약직 사원에게 인내와 이해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그걸 요새 말로 ‘꼰대’라고 부르더군요. 뭐 앞으로 계속 그 기관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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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잠깐 머물다가 떠날 계약직 사원에게 인내와 이해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걸 요새말로 ‘꼰대’라고 부르더군요. 뭐 앞으로 계속 그 기관에서 일한다면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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