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를 전공이자 직업으로 삼은 우리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요? 나의 성향, 전문가로서의 사명감 다 있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어느 곳에서 일할 것인가’ 이겠죠. 취업이라는 표현은 너무 단순하고, 나의 경험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고 거기에 합당한 보수를 받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오늘은 해외에서는 어떤 기관에서 레코드매니저를 채용하고, 업무능력이나 자격요건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보수는 물론 중요합니다만, 나라와 기관의 조직문화, 기관의 성향, 교육배경 등이 다르고 우리나라와의 비교분석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제외했습니다.)
해외 기록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연구들은 종종 기록 관련 학회지에서 소개된 바 있지만, 고용 과정에서 요구하는 업무와 자격에 대한 연구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요. 최근 나온 연구 한 편이 있어 오늘 리뷰해봅니다. 2021년(이현아)에 나온 ‘해외 기업의 레코드 매니저 채용을 위한 직무 기술에 나타난 업무영역 연구’ 입니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은 동일 저자의 석사학위논문 ‘기업 현용기록관리를 위한 레코드 매니저의 업무영역 및 역량에 관한 연구 : 해외 기업 업무 기술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2020년 7월~2020년 10월까지 3개의 글로벌 채용공고 사이트 및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의 4개 국가의 채용공고 사이트에서 레코드매니저 구인 정보를 조사하고, 이를 산업군 별로 구분하여 레코드매니저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업무영역을 비교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공공기관이 아닌 기업에서 채용하는 레코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것이 흥미로웠어요.
레코드매니저를 고용하려고 하는 산업군은 IT산업, 경영지원, 건축/기술 및 엔지니어링, 제조업, 서비스업 정도로 구분해 볼 수 있었는데, 가장 많은 고용을 보인 분야는 IT산업 분야였습니다. 물론 구인광고 시기를 3개월로 한정하였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요.
분야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업무영역은 1)협력/교육/행정지원 업무, 2)정책/지침/프로세스 수립 및 실행 업무, 3)전자기록관리 업무, 4)법적 요청 및 컴플라이언스 업무, 5)보관/이관/처분 업무 였습니다. 우리의 기록관리와 유사하면서도 다르기도 했는데, 이는 ‘기업’이라는 특성이 요구하는 기록관리의 모습이자, 해외에서 기록을 다루는 사람들의 전문성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겠죠.
우리가 상상하는 기록관리와 유사한 부분은 1)협력/교육/행정지원 업무, 2)정책/지침/프로세스 수립 및 실행 업무, 3)전자기록관리 업무, 5)보관/이관/처분 업무 일텐데요. 이 중에서도 1)협력/교육/행정지원 업무에서는 레코드센터나 아카이브에 대한 이용은 물론, 직원들의 기록 생산 및 일차적인 관리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IT산업 분야에서는 법적 환경에서 회사의 문서가 생산되고, 이것이 윤리적, 법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를 교육하도록 되어있거나 주간 생산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업무가 있는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3)전자기록관리 업무에서는 전자적으로 생산/관리되는 기록을 관리대상으로 삼는 것 뿐만 아니라 기업 내 시스템, 데이터베이스를 총괄 관리하기도 하고, 시스템 구축 등에 관여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시스템 자동화와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신기술에 뒤지지 않도록 함’ 이라는 업무를 제시한 기업도 있었다고 합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4)법적 요청 및 컴플라이언스 업무인데요. 해외에서는 레코드매니저에게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요구하는 곳들이 많다는 겁니다. 예전에 indeed를 통해 해외 레코드매니저 채용공고를 보았을 때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compliance’였습니다. 기업의 업무와 직결되는 법률은 물론 정보공개, 데이터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법률등을 살피고, 서로 충돌되는 지점이 없는지를 파악한 후 이와 관련된 업무 조정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아키비스트의 업무는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어 indeed에서 검색을 해보았는데요. 기록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게 하는 업무들을 요구하는 것은 비슷했습니다. 전자기록이나 디지털콘텐츠의 무결성을 보장하거나 보안을 보장하는 영역이나 장기보존, 메타데이터 관리, 교육 등 아카이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업무들이었어요.

다만 재미있었던 점은 기관의 특성에 따라 아주 세밀한 자격요건(?)을 언급한 점인데요. 상원의원 오피스에서는 기밀을 유지하는 능력(Ability to maintain confidentiality and exercise discretion), 일상적으로 최대 40파운드의 상자를 옮기고 때때로 사다리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능력(Ability to routinely move boxes up to 40 pounds and to occasionally ascend/descend ladders or stairs) 등을 적어놓기도 했구요. 다른 기관들에서도 종종 무게가 40-50 파운드 정도 나가는 기록 보관상자를 들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업무가 은근, 힘을 요구하는 것이 맞네요^^)
펜실베니아 대학의 아카이브에서는 강력한 스피킹 기술(Strong public speaking skills), 멘토링이나 직원들의 능력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능력(Experience mentoring and developing a talented staff)을 자격요건으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어느 기관에서는 수준높은 유머를 자격요건으로 써둔 것을 보기도 했어요. 조직 내에서 다른 직원들과 잘 융화되고, 교육하며, 기록들을 아우를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아키비스트에게 요구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석사학위, 전문요원 자격, 법률에서 요구하는 업무만 딱 기입하는 우리의 채용조건과는 확실히 달라보여요. 면접에서 이런 것들을 다 염두에 두고 보겠지만, 채용공고에 자격요건이자 능력으로 명확히 언급하는 것과는 또 다르니까요.
직업과 직장은 하루 중 가장 오랜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생활이잖아요. 전문요원 자격을 가지고 실무현장에서 일하고 연구하는 많은 기록인들이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일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