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자문서시스템이나 업무관리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대부분의 공문서는 hwp라는 독자적 포맷으로 저장되고 있습니다. 특정 소프트웨어에서만 내용 확인이 가능하기에, pdf 변환이 필수적이고 장기보존을 위해서는 마이그레이션을 고려하는 등 재현을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했죠. 또한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 민간의 기관/기업체나 개인들은 불편함을 겪기도 했어요. 실제로 최근 제가 만나본 카카오, 배민, 쿠팡 등의 기업체에서는 한글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hwp파일 대신 docx나 pdf 파일을 요청하더라구요.
행정안전부도 온-나라 2.0 부터 개방형포맷을 사용하게 되었고, 공문서가 odt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붙임(첨부)파일까지 오픈포맷으로 전환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서는 곧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물론, 온-나라를 사용하지 않는 기관이나 지자체 등에서는 개방형포맷이 아닌 hwp 등의 독자포맷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을겁니다. 하지만, 공공에서 생산하는 문서가, 그리고 붙임파일이 개방형포맷으로만 생산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2021년 행정연구원에서 발행한 “행정안전부 온-나라 문서 사용 행태 분석 보고서“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보고서는 개방형포맷 전환에 따른 행정문서혁신을 맞아, 행정안전부의 온라인 문서시스템 내 기안문과 메모보고 사용 행태 개선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부업무관리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에 대한 개요와 현황, 구성은 물론 온-나라 문서 사용현황, 온-나라 문서 사용에 대한 행정안전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포함됩니다. 이 중, 리뷰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데이터친화적 행정문서 혁신에 관한 설문결과입니다.
설문은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을 대상(총 1,797명 중 286명 응답, 15.9%)으로 하였으며 1)데이터시대에 맞는 행정문서 혁신 인지도, 행정문서 혁신 필요성, 행정문서 혁신에 따른 업무 방식 변화 예상, 변화 수용 의향, 문서혁신에 따른 별도 작업 수용성, 문서혁신 성과 등의 기본사항 질문, 2)메타정보 활용 실태, 본문쓰기 활용 경험, 붙임파일 변환 활용실태, 메모보고 활용실태 등을 포함한 온-나라 문서 시스템 활용을 위한 기안자/결재자 대상 조사 등의 질문으로 이루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가 기안자이냐 결재자이냐에 따라, 직급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행정문서 혁신에 대한 인지도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중요, 필요하다고 답변하였습니다. 행정문서 혁신에 따른 업무방식 변화에 대해서도 다수가 편리해질 것이다 라는 답변을 주었죠. 그러나 직급이 높을 수록, 근무연수가 높을 수록 긍정적 답변이 높은 반면, 직급이 낮거나 근무기간이 짧을 수록 부정적 답변이 많았습니다. 문서혁신을 하게 되면 기안 시 제목과 본문 외 키워드와 문서요지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수용성은 직급이 높을 수록 높았습니다. 이는 무엇을 이야기할까요? 직급이 높은 사람들은 문서혁신에 대한 변화와 추가되는 업무에 대해 기안자보다는 결재자의 입장이 될 확률이 높으므로 보다 긍정적 답변을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급이 낮고 근무연차가 적을 수록, 기안을 다수 해야하는 입장이니 어떠한 변화와 추가되는 작업에 부담감을 느꼈을겁니다. 이것과 연관하여 문서혁신의 성과에 대해 직급이 낮을 수록 ‘문서꾸미기 지양으로 효율적 문서작성이 가능’하드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결재를 위해 만드는 문서 중 ‘꾸미기’가 많은 부담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본문쓰기 부문의 설문항목에서도 나타납니다. 온-나라 문서편집기(기안기)를 통한 본문쓰기 사용평가에 대한 응답으로 약 61%가량이 본문쓰기로 작성되었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꽤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다름아닌 ‘상급자의 가독성을 위해 결국 보고 문건을 이중으로 작성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서편집기를 통한 본문쓰기가 기존의 hwp로 작성한 문서보다 ‘보기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쁜 표를 만들고, 페이지에 따라 표와 그림을 구분하고, 글자들의 자간을 맞추는 일.. 이런 보기좋은 것을 위해 정말 이중 작성이 필요할까요? 붙임(첨부)파일의 오픈포맷 작성/변환에 대해서도 ‘상급자의 가독성을 위해 결국 보고 문건을 이중으로 작성하게 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결국 7급 이하의 직원들은 ‘기존의 방식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죠.

보고서에는 다른 설문항목과 답변들도 볼 수 있지만, 리뷰에서 주목한 점은 공무원들의 문서 작성 행태입니다. 공문서는 대부분 쪽번호가 입력된 한글, ppt 등의 파일을 사용합니다. 공무원들은 글자 자간맞추기, 표 그리기, 페이지 구성하기 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여하며 이는 다른 업무를 위한 시간을 빼앗는 것이기도 할겁니다. 기록은 업무과정 중 자연스럽게 생산되는 결과물인데, 이를 보기좋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많이 들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데이터 친화적’인 시대에 맞게 더 많은 키워드를 뽑아내고, 공문서의 구성이 검색에 유리하게끔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한, 행정연구원의 보고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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