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말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리뷰팀의 에디터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글을 만들었습니다. 일하는 곳, 맡고 있는 일, 관심분야가 다양해서 리뷰팀 스스로도 우리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회의나 친목을 위해 한번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만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탓이기도 하고, 각자 사는 곳이 멀기도 했거든요. 대신 메신저로, 가끔은 오디오 미팅으로 만났죠. 사실 서로 잘 모릅니다. 그러던 중에 우리의 일이나 연구에 관해 글을 썼지만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것들, 그러니까 ‘우리가 읽고 듣고 쓰는 것들’도 나눠보면 좋겠다, 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이걸 My Dirty Playlist라고도 하더군요. 다른 에디터의 플레이리스트에 뭐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오늘은 그것을 소개합니다. 람다부터 시작합니다.
읽기
가장 많이 읽는 것은 북저널리즘입니다. 거의 매일 읽습니다. 북저널리즘의 모토는 책(북)처럼 깊이 있게, 뉴스(저널리즘)처럼 빠르게 입니다. 광고로 도배된, 취재와 조사가 아니라 보도자료를 똑같이 베낀 기성 언론사가 싫었습니다. 한편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에는 ‘목소리’가 없어서 즐기지 않았습니다. 좋은 콘텐츠는 유료입니다. 북저널리즘도 그렇습니다. 저는 미디어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지 않습니다. 대신 편향(취향)과 관점에 기반해도 얼마든지 ‘옳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재미있게도 제가 미디어를 선택하는 기준은 저 믿음입니다. 정보를 제대로 정리해서 전달할 거라는 믿음입니다. 요즘 북저널리즘은 포캐스트(forecast)로 알아야 할, 알면 도움이 될 뉴스를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목요일에는 CCO(chief contents officer: 편집장)의 프라임 레터가 도착합니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으로 북저널리즘 라디오도 발행합니다. 프라임 멤버가 참여할 수 있는 슬랙 커뮤니티도 있습니다. 뉴스가 커뮤니티로 확장하는 장면입니다. 북저널리즘 유료 멤버가 천 명 넘게 참여하고 있거든요. ‘믿음’에 기반한 커뮤니티에서는 댓글, 대댓글은 쓰레드(thread)를 이루며 정보의 묶음이 됩니다. 비난이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연대 대표가 아침 8시에 슬랙의 뉴스룸 채널로 뉴스를 배달하고, 워크룸 채널에서는 오늘 발행한 콘텐츠의 뒷 이야기나 기존에 발행한 콘텐츠의 A/S 정보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라운지 채널에서는 공유할 만한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오가는 커뮤니티입니다. 저는 ‘신속한 페이크 뉴스’보다 조금 느려도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를 읽고 싶습니다. 북저널리즘이 딱 그렇습니다.


한국일보 최윤필 기자의 가만한 당신은 때마다 일부러 찾아 읽는 부고 기사입니다.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더디게 쓰는 부고’ 입니다. 기자는 부고의 특성상 한 인물의 일대기를 조명하기 위해 각종 자료, 아카이브를 샅샅이 뒤집니다.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다시 봐야 할 인물을 다룹니다. 김일주: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를 사진으로 남긴 무명작가를 읽어보시죠. 저 유명한 뉴욕타임즈의 Obituaries 에 밀리지 않는 고품질의 기사입니다.
듣기
저는 팟캐스트 애호가입니다. 테크 분야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의 Tech News Briefing 을 자주 듣습니다. 에피소드 한 편에 15분 내외입니다. 그야말로 브리핑입니다. 훌륭한 기자는 글도 말도 쉽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SBS는 그다지 좋아하는 미디어는 아니지만 골라듣는 뉴스룸 은 좋습니다. 요일별 기획, 여러 분야의 전문 스피커 초청, 에피소드의 분할과 설명도 매끄럽습니다. 특히 SBS 아나운서들이 번갈아 가며 진행하는 책소개 ‘북적북적’을 좋아합니다. <매거진 B>의 B Cast는 어떤 브랜드와 그에 대한 관점이 궁금할 때 복습하는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디자인과 건축에도 조금 관심을 갖고 있는데 2013년에 에피소드가 끝난 디자인과 이슈 를 다시 찾아 듣기도 합니다. 건축가 마야 린의 베트남 참전 기념비를 다룬 32번째 에피소드는 현장의 건축 수업 처럼 생생했죠. 요즘 들으려고 ‘애쓰는’ 팟캐스트는 The Guardian의 The Long Read입니다. 특히 From the archive 라는 주간 기획을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Tate의 전설적인 디렉터 Nicholas Serota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From the archive: How Nicholas Serota’s Tate changed Britain 영국식 발음에 ‘LONG READ’ 분량이라 사실 어렵습니다. 다행인건 텍스트를 제공한다는 것. 더듬더듬이라도 이렇게 좋은 기사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어딥니까. ‘프롬 디 아카이브’라니 제목만 봐도 듣고 싶지 않습니까. 아카이브랩과 아르노가 최근에 시작한 아카이브다 도 구독을 시작했습니다. 아카이브의 이야기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사실 조금 너드(nerd)같은 팟캐스트도 있는데 그건 밝히지 않을게요.

쓰기
저는 업무일지를 씁니다. 누가 시킨 건 아닌데, 회사원 생활하면서 버릇을 잘 들인 것 중 하나입니다. 출근해서 책상에 앉자마자 씁니다. 하루 일과는 업무일지를 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원래는 업무가 끝날 때 쓰는 버릇을 들이려고 했지만, 퇴근할 때가 되면 빨리 컴퓨터를 끄고 싶어서 잘 안되더군요. 업무일지는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죠. 그래서 솔직하게 쓸 수 있습니다. 진짜 고민을 씁니다. 불평과 불만, 비난과 욕, 칭찬과 기대, 실망과 후회…일과 관련된 기록을 합니다. 지난 일지를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반성과 성찰을 위해 쓰는 것은 아닙니다. 기억하기 위해서, 교훈을 꺼내고 시사점을 정돈하기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닙니다.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목적입니다. 그래서 정련하고 가다듬지 않고 씁니다. 봉급 받아 일하는 회사원 자아와 화해하기 위해서 씁니다. 저의 대나무숲입니다. 아주 ‘가끔’ 꺼내어보면 역시 잘못은 내가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맞습니다. 전에는 PC의 메모장으로 썼습니다만 도구가 좋아져서 요즘은 누가 알려준 workflowy에 기록합니다. 생각의 흐름이나 위계를 빠르게 기록하고 정리하기에 좋습니다. 웹으로도 접속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쉬운 영상 튜토리얼도 있더군요.
여러분의 Dirty Playlist
다 밝히고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읽고, 듣고, 쓰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상적인 일입니다. 업무와 관련되기도 하고, 개인적인 취향을 따르기도 합니다. 거실에서 TV가 사라지고 있지만 유튜브에는 ‘0000 TV 채널’이 허다하고, 주파수를 맞춰야 하는 라디오는 없어졌지만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와 라디오 팟캐스트로 건재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지만 요즘 우리는 어느 때보다 많은 텍스트를 읽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읽고 듣고 쓰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각자의 Dirty Playlist가 있겠죠? 아키비스트 라운지 리뷰의 람다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카이브다 대진인데요 ㅎㅎ
아카이브다 팟캐스트를 언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까지 해주신다니 감동이네요.
아카이브다는 아카이브랩과 아르노가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만 언급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카이브랩과 아르노가 시작한’..으로요.
아키비스트 라운지 늘 응원하구요. 언젠가 팟캐스트 게스트로 같이 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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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대처하며 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아요. 여러 번 소개 된 <북저널리즘>은 생략하고 <어피티>에 대해 소개하자면, 20-30대 여성을 주 타겟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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