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가 말하는 아키비스트 인터뷰시리즈-5
기록연구사들 사이에서도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관에서 발주하는 다양한 사업을 수주하여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해주는 컨설턴트들입니다. 전수조사와 기록물 디지털화같은 기본적인 업무부터 기록관리기준표 개정이나 기록관리시스템 도입처럼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한 일들까지, 일상적인 기록관리 업무만으로도 하루가 짧은 기록연구사들과 함께 기관에 필요한 일들을 해내는 든든한 파트너죠. 최근에는 공공 영역 밖에서도 기록관리 컨설턴트를 찾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키비스트라운지에서는 기록관리 컨설턴트로서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PM으로 참여해 온 한국문헌정보기술 김화경 수석연구원을 만났습니다. 기록학계의 역사와 함께 하는 것 같은 그녀의 프로젝트 이력, 기록학이라는 학문과 지금 일하는 회사와의 인연, 전문가로서 성장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 인터뷰 일시: 2018년 8월 31일(금) 오후 4시 30분
- 인터뷰 장소: 투썸플레이스 문래하이테크시티점
- 인터뷰어: 황진현
- 정리: 류신애, 황진현
√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을 ‘기록연구사’로 통칭하였습니다.
√ ‘주’는 인터뷰 정리자가 덧붙인 설명입니다.
본인과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한국문헌정보기술에 2007년에 입사하여 현재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고, 아홉 살 딸을 둔 엄마이다. 프로젝트 외주인력으로 참여했던 것까지 고려하면 2005년부터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같은 회사 출신들에게 “김화경 수석님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 는 말을 들었다. 하루에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그 외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6시에 퇴근한 날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업무 패턴을 좀 바꿨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려 하고 되도록 7시 전에 퇴근하려고 한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새벽에 가는 한이 있어도 하루에 집중해서 하고, 집에서는 되도록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을 집으로 가져가면 아이를 먼저 재워야 하기 때문에 밤 12시는 되어야 시작할 수 있고, 조금만 해도 새벽 3-4시를 넘기게 되니 밤을 새게 된다. 그 결과 몸이 힘들어지더라. 특히 몇 년 전부터는 밤을 한 번 새면 며칠 동안 힘들어서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연차가 쌓이면서 근무 시간에는 내 일을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 일을 검토하거나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도 많아져 내 일이 조금씩 밀리기도 하는데, 최대한 하루만 빡쎄게(!) 야근할 수 있도록 업무를 조정한다.
업무 외 시간에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 수는?
내가 직접 진행하는 것은 한 가지인데 하소연을 듣고 있는건 서너가지 된다. 그리고 회사 내부 프로젝트를 점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재직 중인 회사 명함에는 ‘기록 ⌊ ⌋전문가’ 라는 말이 쓰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은 그 빈 공간을 통해 자신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궁금하다.
그건 네모안에 본인의 전문성을 키워서 명함을 건넬 때 소개하고 대화를 풀어가라는 이연창 연구소장님의 아이디어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오타인 줄 알고 물어보는데 네모의 의미를 소개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명함에 대해 기억을 많이 해주는 것 같다. 나는 아직 나만의 영역을 찾지는 못했다. 기록 [컨설팅] 전문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회사 내 본인을 특이하게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들 겸손해서 그런지, 충분히 역량은 있는데 ‘나는 콘텐츠 전문가다’, ‘나는 시스템 전문가다’라고 말하기 쑥스러워 한다. 그보다는 ‘제 전문성을 채워가려고 합니다’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많다.
학부 전공은 무엇인지, 기록학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듣고 싶다.
학부는 사학과를 전공했다. 사학과 출신이라고 하면 어른들께서는 내가 역사에 대해 다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시고 이것 저것 많이 물어보셔서 학부전공은 잘 얘기하지 않는다. 그냥 ‘기록학을 전공했다’라고만 얘기한다.
대학원은 사학과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로 고민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학부를 졸업한 시기가 2003년 2월이었는데, 안병우 선생님께서 기록학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셨었고, 조영삼 선생님, 임선화 선생님 등 그때 당시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선배들이 기록학 공부를 하고 계셨다. 교수님과 선배들이 내가 대학원에 간 연결고리가 되었던 것 같다. 우리 과에는 기록학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실천적인 학문’이라는 말에 끌려서 진학을 하게 되었다.
입학할 때 그렸던 졸업 후 모습은?
입학할 땐 특별히 졸업 후의 모습을 생각하지 못했다. 3학기까지만 해도 기록연구사는 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일 뿐 실제로 선배들 중 누구도 채용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들 앞날이 불투명했고 오히려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내가 4학기때 선배들이 처음으로 중앙부처에 기록연구사로 채용되었고, 그 다음해에 명지대 대학원 지원자가 120명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내가 지원할 땐 동기가 일곱 명, 그 전에는 여덟 명 정도였는데.
입학 당시에는 ‘이제 시작이니 어디에선가 자기 역할을 하게 되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회사에 입사한 것이 너무 좋아서, 입사 후 처음 참석한 학회에서 자기소개한 것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학회에 가면 보통 ‘명지대 누구입니다’ 라고 하는데 나는 ‘한국문헌정보기술 김화경입니다’라고 소개했다. ‘내 회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회사’라고 할 수는 있다.”
그 분위기 속에서도 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기록연구사는 안할거야’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나도 졸업하고 두 군데 정도 면접을 봤지만 떨어졌다. 그 때 채용됐다면 지금 그 곳에서 일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그게 첫 번째 이유가 되겠다.
4학기였던 2005년에 메리츠화재 아카이브 구축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그게 석사학위 논문이 되었다). 민간 영역에서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큰 예산으로 하는 첫 사례였다. 컨설팅도 하고, 사료 수집도 본사/지점을 다니면서 직접 진행하고,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약사(約史) 편찬도 하는 큰 규모였다.
그 땐 선행사례가 전혀 없어서 노란색 SAA『정리와 기술』책(주1 참조)을 참고했는데 전혀 적용할 수 없었다. 책은 책이니까. 그래서 박물류를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다가 뽁뽁이(에어캡)에 담아서 지퍼백으로 정리하는 방법도 생각했고, 수집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관련 서식도 만들어 보면서 힘들지만 다같이 열심히, 재미있게 했다. 사람도 좋았고 회사도 좋았다. 나는 내가 이론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자유분방한 내 성격을 생각하면 (내 생각에) 공공기관의 정형화된 업무 방식과 위계 질서에 적응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도 했다.
회사에 바로 입사한 것은 아니고, 2년 정도 외주인력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다른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티오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 회사에 입사한 것이 너무 좋아서, 입사 후 처음 참석한 학회에서 자기소개를 어떻게 했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학회에 가면 보통 ‘나는 명지대 누구입니다’ 라고 하는데 나는 ‘한국문헌정보기술 김화경입니다’ 라고 말했다. 남편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기관 채용 공고가 나면 나에게 지원해보라고 보내주기도 하고, 연봉이 더 높은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권유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포기했다. 아예 다른 분야로 가지 않는 이상은 여기에 있는게 좋다. 내 회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회사’라고 할 수는 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기록관리 전문 기업들이 더 있긴 하지만 첫 직장으로 시작해서 오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선생님은 요즘엔 말할 일이 없는 ‘애사심’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게 하는 분이다.
요즘에는 많은 후배들이 졸업 후 기록연구사라는 직업을 택하고 있고 (물론 기록연구사는 매우 중요한 직업이다), 사기업보다는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이 최종 정착지인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여기에 대해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기록공동체를 지켜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싶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으니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이런 말을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공무원은 채용 계획이 있고 정해진 절차도 있지만 민간기업의 경우 입사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졸업 후 직업을 택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성향의 문제인 것 같다. 우리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공공기관으로 이직한 연구원들이 있다. 공공기관으로 이직한 연구원들을 생각해보면 프로젝트성 업무와 잘 맞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기한 내에 업무를 마치느라 밤을 새가면서 일하는걸 힘들어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열심히 한 결과가 발주사에 귀속되는 것을 허무해하기도 한다. 사무실이 아닌 서고에서 며칠동안 먼지를 마시며 하루종일 기록물에 라벨을 붙이는 날도 있는데, ‘이러려고 공부했나’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배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프로젝트 중에 하게 되는 일들에서 재미를 느낀다. 그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민간기업에 지원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민간 영역에서도 다양한 채용기회가 늘어나고 있으니, 직업의 폭을 조금 더 넓혀서 생각하면 좋겠다.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와 성취감을 크게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
힘들지 않은 프로젝트는 없다. 규모가 크건 작건 프로젝트는 다 힘들다. 내 성격의 문제인 것 같은데,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것만 기억난다. 힘든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밤을 새면서 프로젝트를 했다면, 지나고 나서는 ‘우리 그 때 밤 새면서 간식 사먹고 재밌었잖아’, ‘그때 이런걸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다음에는 잘하자’라는 기억만 남는다. 모든 프로젝트는 기간과 난이도를 떠나서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다 뿌듯하고 즐거웠고 아름다웠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지금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성취감을 느꼈을 때는 그 기관에서 우리의 결과를 인정해주는 경우.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내가 외부교육을 하든 발표를 하든 해서 성과를 만들어낼 때. 내가 일만 하는 사람은 아니고, 나도 꾸준히 성장하고 어딘가에 기여를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좋다.

- 그녀의 노동요 리스트.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기억만 남는 건 이 노래들 때문이 아닐까.
앞선 질문과 연관지어서 물어보고 싶다. 신입직원을 뽑을 때 참여를 하는지, 그렇다면 지원자의 어떤 점을 눈여겨보는지 궁금하다. 앞에서 성향 얘기를 했는데, 컨설턴트에게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몇 년 전부터 컨설팅팀 신입직원 면접에 참여하고 있다. 제일 처음으로 고려하는 것은 민간 영역에서 근무할 의향이 어느 정도인가이다. 공공기관을 지향하는데 채용이 되지 않아서 잠깐 근무할 생각으로 회사에 원서를 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회사에 오래 있었고 그만큼 떠나는 사람도 많이 봤다. 어떤 경우는 3-4개월만에 퇴사를 하기도 하고, 1-2년 손발 맞추어 열심히 같이 했는데 퇴사하는 바람에 허탈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민간 영역 기록전문가’에 대한 뜻을 첫 번째로 본다.
두 번째로 보는 것은 일의 성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이다. 연구원을 채용한다고 하니 ‘책상에 앉아서 연구만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백조를 예로 드는데, 좋은 연구보고서가 나오고 아카이브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문서작업 뿐 아니라 백조의 발짓처럼 엄청난 노동도 필요로 한다. 페이퍼 작업만이 아니라는 설명을 꼭 한다.
한 가지를 더한다면 프로젝트를 하면서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다 보니, 낯선 사람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지도 물어본다.
신입직원, 또는 입사지원자들에게 기록 컨설턴트라는 직업의 매력을 말해준다면?
똑같은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겠다. 본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계속해서 배울 수 있고 기회가 되면 새로운 분야를 처음으로 연구해 볼 수도 있다.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고 하면 회사가 그 분야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우선 생각하기 때문에 이론과 실무를 같이 하면서 내 분야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도 있긴 하다. 좋게 말하면 방법론 또는 요령, 나쁘게 말하면 정형화된 패턴이 생긴다. 예를 들어 제안서나 보고서를 쓸 때, 어떤 연구원은 샘플 PT를 주면 1-2장은 본인 생각과 고민을 더해온다. 하지만 기존 자료를 살짝 바꾸어서 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그걸 조금씩 발전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입사 후 처음으로 했던 사업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는가?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이었다. 입사를 기준으로 하면 처음이었고, 그 전에 했던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프로젝트이다. 2005년에 메리츠화재 아카이브 구축 프로젝트를 7개월간 했고, 2006년에 표준기록관리시스템을 처음 개발하고 시범구축하는 사업에도 6개월간 참여했다. 정식 입사 후 첫 사업이 2007년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다 의미 있는 중요한 사업이었는데, 막내 연구원으로 참여하다 보니 내용도 잘 몰랐고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 후 10여 년간 해온 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를 같이 한 분들이 많아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서운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래도 하나를 얘기하자면 2013년 서울시 BRM(주: Business Reference Model/ 정부기능분류체계, 이하 BRM) 정비 사업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전에는 민간 아카이브쪽 프로젝트를 많이 했었다. 기록관리시스템이나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 사업은 선배들을 따라갔던 사업이고, 첫 PM을 2008년에 맡았는데 그것도 아카이브 구축 사업이었다. 공공영역의 사업도 조금씩 참여했었지만 2013년에 처음으로 대규모 공공영역의 사업을 PM으로 참여하게 됐다.
BRM 정비사업 역시 선행사례가 거의 없어서 그 때 사업담당자였던 이세진 기록연구사, 전산 주무관과 같이 고민하고 방법론을 만들면서 진행했다. 퇴근을 항상 10시-11시에 했던 것 같다. 내 자리가 서울시 정보공개정책과 문 앞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나를 ‘주무관’이라고 불렀다. 그 땐 우리 팀 다 같이 정말 열심한 기억밖에 없다. 그 사업은 BRM만 정비한 것이 아니라, 정비결과를 시스템에 탑재한 첫 사례였다. BRM시스템, 업무관리시스템, 기록관리시스템에 탑재하기 위해 시스템 관련 부서와 회의도 여러 번하고 탑재 방법 때문에 고민도 많이 했었다. 결국 기존에 사용하던 BRM을 12월 31일 오후 6시에 모두 종료하고 그 이후부터 1월 1일까지 새로 정비한 BRM과 단위과제카드를 시스템에 탑재하고, 1월 2일부터 정비한 단위과제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13년 본청, 2014년 본부/사업소 대상으로 두번이나 했다. 2년동안 새해를 서울시에서 보냈으니 지금은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다. 프로젝트팀도, 사업담당부서도 다 같이 열심히 했고,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자 노력 많이 했다. 지금도 이세진 기록연구사를 만나면 그 때 얘기를 한다. 이제는 그만 하자고 할 정도로.
그 이후로 연구하는 것도 달라졌다. 그 전에는 마을아카이브나 민간 영역 관련 발표를 했는데, 그 이후로는 분류체계로 주제가 확장되었다. 그게 이어져서 몇 년 전부터 한신대에서 업무분석 강의도 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계기였던 것 같아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일 이후 주 업무 영역이 하나 더 생겼고, 공공 영역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서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졌다.

기록관리 분야 컨설팅도 많이 하지만, 기록이 프로젝트의 일부인 사업도 있다. 특히 전문 영역이 강하게 존재하는 곳에서 말이다. 그런 경우 기록관리는 서브로 밀려나기 일쑤인데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기록관리와 무관한 사업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예전에 요르단 전자조달시스템 구축사업의 한 파트로 아카이빙 시스템 구축 분야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아카이브는 작은 과업일 뿐이어서 다른 파트에서는 여러 번 하는 인터뷰도 두 번 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때에도 난 기록관리를 하러 간 것이었고, 무관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분류체계 수립같은 프로젝트를 할 때 ‘우리 기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분류체계를 수립해?’라는 인식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대신에 방법론과 다른 기관 사례들을 참고해서 기관의 특성을 이해하는 업무는 ‘같이’ 하자고 설명한다. 무엇을 하든 기록관리 역할을 하면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지나고 나면 다 아름다운 것..)
기록관리기관이 아닌 곳에서 아카이브 구축을 하는 프로젝트에 제안PT를 하러 간 적이 있다. 제안평가시 해당 분야 심사위원이 ‘기관의 특성을 잘 모르고 PT를 한다’ 라는 반응을 보였을 때 사실 엄청 당황했다. 그럴 때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알려달라. 충분히 고려하고 반영해서 진행하겠다. 함께 고민해보자’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에겐 그 사람의 전문분야가 있는 것이고 나는 기록관리 일을 하러 간 것이니까 각자 잘 아는 부분을 맞춰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상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을 것 같은데, 선생님은 그런 상황에 잘 대응하고, 수용해줄걸 수용해주면서도 똑부러지게 말하는 걸 봤다. 본인들의 자부심이 강한 영역에서도 본인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그런 요령은 어디에서 오는건가?
아까도 얘기했지만 나는 이론적인 연구를 깊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무적인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상대방에게 내가 아는 수준에서 쉽게, 아카이브 용어가 아닌 실제 기관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설명하려 하고, 그런 점이 그 분들도 잘 이해하시는 것 같다. 잘 아는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고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인정을 하고 도움을 구하면 오히려 기관에서 더 협조를 잘해주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려고 한다.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서 얘기하는 분들도 많은데, 쉽게 설명하려는 그 모습이 오히려 신뢰를 주는 것 같다.
내가 어려운 말을 잘 몰라서 그렇다. (웃음) 가끔은 전문적으로 보이려고 어려운 말을 쓸 때도 있지만 그런 것이 설명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쉽게 설명하고 유사한 다른 기관 사례를 함께 소개하면, 듣는 입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기록관리라는 학문 이외에 이런걸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느낀 분야가 있다면? 내 경우 기록관리만 아는 것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여러가지 있다. 하나는 저작권 관련 내용이다. 5월에 저작권 교육을 들은 적이 있다. 기록콘텐츠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하려면 저작권은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어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록 서비스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저작권 관련 내용을 알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다. 코딩을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업무를 위해 시스템에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시스템의 데이터가 어떤 기능, 어떤 프로세스와 연계되는지 알고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에는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 ‘아카이브 자료를 1만 건 구축했다’라고 설명하곤 하는데, 그냥 ‘1만 건’이라고 말하기보다 이 정보를 어떻게 구성해서 보여주면 좋을지, 어떤 데이터가 의미 있는 정보인지 분석하고 콘텐츠 기획으로 연결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가 확장되면서 회사에서 전시도 하고 콘텐츠 구축도 하다 보니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부족한 것 같고, 일을 하다보니 더 알고 싶은 부분이 생기고 있다고 하는게 맞겠다.
육아휴직을 제외하고는 10년 넘는 기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해왔다.
육아휴직 네 달 반(출산휴가 3개월과 휴직 1.5개월) 을 제외하고 특별히 쉰 적은 없다. 민간기업의 경우 공공기관처럼 긴 휴직을 하기는 어렵다. 내가 6개월을 쉰다고 해서 6개월만 할 사람을 뽑을 수는 없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에서는 육아휴직을 더 내겠다고 해도 그렇게 해주었을 것 같은데 그 때는 잘 몰라서..
지금도 일이 재미있고 계속 무언가 더 배워보고 싶고 동료들과 같이 있는 것이 좋아서 지내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스스로 전문가라고 말하기 부담스러워 하는데, 일단 우리가 충분히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더 노력하면 좋겠다.”
혹시 중간에 다 접고 쉬고 싶은 때는 없었는지,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궁금하다.
쉬고 싶은 적은 많았다. 육아휴직 후 복직했을 때 한 두 달 동안은 금요일마다 퇴사를 고민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같이 있어야 하는건 아닌가 고민이 많았다. 그건 모든 부모들이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일과 관련 지으면, 우리가 주관사업자가 아니라 하도급으로 참여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주관사에서 나는 무시하면서 기록연구사에 대해서는 ‘기록연구사분들에게 이렇게 해드려’ 라는 식으로 대했다. 같은 공부를 했고 직장만 다를 뿐인데 왜 그러는지 의아했다. 나도 기록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그걸 주관사 사람이 모르나 싶었다. 그리고 교육을 하러 갔는데 내 동기, 선배, 후배들이 있는 곳에서도 그 주관사 사람이 나를 함부로 했다. 그 때에는 우울하기도 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동기들은 한참 공공기관에 많이 입사하고 있을 때어서 나도 기록연구사가 되어야 하나 싶었다. 그 시기는 ‘내가 저 위치에 가면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지나왔다. 그때는 10년도 더 전이고 막내였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일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일을 하면서도 박사 공부까지 병행해왔고, 그 바쁜 가운데 논문도 몇 편 냈다. 수업도 하고.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했지만)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에너지와 추진력은 어디에서 오는지 듣고 싶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내 성격 덕분인 것 같다. 내가 박사 진학을 한 건, 그것도 한 단계 더 배워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10년 넘게 실무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석사 때 배웠던 것들은 아무것도 모를 때 했던 공부라 어려웠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공부를 안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그런데 지금 공부를 하면 더 배울 수 있고, 일에도 도움이 되고, 후배들에게도 좀 더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논문을 쓰는 건 회사에 있지만 내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 열심히 학문 연구를 해서 기여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회사를 그냥 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계속 발전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
박사과정 수료를 앞두고 있고 이제 박사 논문을 쓰게 될텐데, 앞으로 더 깊게 연구하려고 하는 분야는 어느 쪽인가?
주제에 대한 질문은 참 어렵다. 박사에 한 번 지원했다가 탈락했던 적이 있다. 그 때 민간아카이브 구축을 주제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했는데 5년 후 다시 지원을 하면서 그 때 연구계획서를 보니 그 사이에 민간아카이브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실제 아카이브가 구축된 사례도 많아서 그 분야로 논문을 쓰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어떤 한 분야를 중심적으로 공부하면 좋겠는데, 난 아직도 이것도 저것도 재밌다. 그래도 여전히 더 관심이 가는 분야는 공공영역보다는 민간 영역 쪽이다. 마을 아카이브 구축 프로젝트 수행을 계기로 4-5년 전부터 마을 활동가, 마을 공동체에 기록관리교육을 가끔 하게 되는데 정말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하는데도 반짝반짝한 눈으로 들으신다. 민간 영역에서 아카이브를 정착시키거나 구축하는 쪽으로 논문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논문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민간 영역에서 기록관리가 정착되게 하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공과 민간 영역 프로젝트를 모두 해보면서 느끼는 차이는 공공영역에서는 보통 우리를 사업자로 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간 영역에서는 우리를 정말 전문가로서 대한다. 상황의 차이가 있겠지만, 기업 프로젝트를 할 때는 “우리가, 제가 해야하는 일을 대신 해주시는데 감사하다.”라고 하거나 “전문가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자부심이 생기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스스로 전문가라고 말하기 부담스러워하는데, 일단 우리가 충분히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더 노력하면 좋겠다. 나 역시 아직은 쑥스럽고 부담되서 전문가라고 말하기를 주저할 때가 많다.
일전에, 민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관사례 분석결과를 검토하는데 사업담당자가 “실제로 다녀오셨어요?”라고 물었었다. 아니라고 하니 “웹으로 자료를 찾는 수준의 일은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잠깐 멍해졌다. 그 이후 국내 사례는 최대한 많이 가서 보고 경험하려고 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지점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연구를 하고, 기업은 그 내용을 구현하고, 기관에서는 업무에 적용시키는. 그런 관계를 이해하고 일했으면 좋겠다.”
기록학계 2세대로서 기록공동체 구성원들, 또는 기록학을 선택할지 망설이는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정말 많아지지 않았나. 예전엔 대부분 아는 사이였는데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런 상황에서 갑을관계 같은 상황으로 만나게 되기도 하고. 그런데 “같은 공부를 했을텐데 왜 저러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나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기록학을 선택한 이유와 비슷한데. 기록학은 이론과 실무 분야가 같이 가는, 산/관/학이 어우러져 있는 학문이다. 거기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산학 연구과제를 하는게 있어서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회의만 참석하러 갔는데 학교에서는 정말 공부를 많이 하고 왔다. 그래서 회의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학교 교수님께서 “그래서 우리가 산학협력을 하는거다. 학교에서는 연구를 하는 것이고, 회사에서는 그 결과를 잘 만들어주시면 된다.”라는 말을 하더라. 학계에서 먼저 연구를 해서 발표하면, 기업에서는 그 결과를 분석해서 구현하고, 관에서는 그런 일을 현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사업화하고 그 결과를 실무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세 주체가 협력을 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좋겠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너무 모르니 어떤 사람은 계속 지시를 하고 어떤 사람은 지시를 받는 관계가 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
기록학에 들어오고 싶은 후배들에게는.. 몇 달 전에 기록연구사 채용계획이 앞으로 없다는데 대학원에 가도 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공공기관의 기록연구사만을 생각한다면 없을 수도 있겠다고는 했다.
하지만 민간 영역에는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공공기관과 비교한다면 복지, 급여, 삶의 질 등의 차이는 있겠지만(주2). 할 일은 많다. 회사를 10년 이상 다닌 나에게도, 해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거나 여력이 되지 않아서 못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기록관리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분야가 많으니 도전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민간 영역 기록전문가’를 꿈꾼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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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출판사의 안내 페이지를 찾는 데 실패하여 부득이하게 온라인 서점에 올라와 있는 이미지(위 그림)를 가져왔습니다. 2005년에 개정판이 나왔던 이 시리즈, 2019년에 무려 세 번째 개정판 시리즈가 나온다고 하네요. 현재까지는 최신판인 2005년 버전(영어)은 여기에서.
주 2. 그리고 본인의 회사는 매우 안정적인 직장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열심히 사시고, 긍정적이시고 밝고 도전적인 김화경 선생님…..진심으로 응원 합니다. 가정에 건강과 평화가 항상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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